법원 "신분당선 연장노선 무임승차 손실 90억원, 정부가 배상해야"

입력 2024-11-04 09:50   수정 2024-11-04 09:57

정부가 신분당선 연장구간을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 경기철도 주식회사에 노인·장애인 등의 무임승차 운영에 따른 3년간 손실액 90억원 상당을 보상하라는 1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는 경기철도 주식회사(두산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실보상금 357억원 등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이 89억9000만원 및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소송비용 중 70%는 원고가, 나머지는 피고가 부담하도록 했다.

경기철도와 국토부는 2016년 1월 신분당선 연장구간(정자~광교) 개통을 앞두고 "초기 5년간 무임수송 제도로 발생하는 손실을 총이용수요의 5.5% 한도로 보전해준다"는 내용이 담긴 실시협약을 맺었다. 6년차인 2021년 1월 30일 이후로는 사업시행자와 주무관청 협의를 통해 무임승차 운영방안을 결정하기로 했다.

경기철도는 무임승차 운영 방안에 대해 2019년 10월 국토부에 조속한 협의를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이를 유보했다. 이듬해 8월 경기철도는 2021년 1월 이후의 손실보전 방안을 함께 논의하자고 요청했으나, 국토부는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해 대안을 검토하자고 답변했다.

이후 경기철도는 대한교통학회에 용역을 발주해 작성한 '무임승차자 별도운임 제안' 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면서 무임수송 유료화 등 개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국토부가 협의에 응하지 않자 경기철도는 2022년 5월부터 무임승차 대상자(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유공자)에게 일반 요금을 적용하는 운임 변경 신고를 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충분한 검토와 협의가 필요하다"며 수리를 거부했고, 이에 경기철도는 "국토부가 운임변경신고에 대한 수리를 거부한 채 경기철도의 비용으로 무임승차 제도를 운행하도록 강제했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국토교통부가 실시협약상 무임승차적용 방안에 관한 협의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보고, 경기철도 청구금액 중 교통학회가 계산한 '별도운임' 기반 무임승객 운임 상당액 89억9000만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에게는 무임승차제도를 운영할 법령상 의무가 존재하지 않고, 실시협약에 따르더라도 개통 후 5년까지 무임수송제도를 운영할 의무가 있을 뿐"이라며 "피고는 협의 없이 사실상 원고에게 무임 수송을 강제해 운임징수권을 침해했고, 운임 수입 손실에 관한 적절한 대책을 강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는 민자사업자 쪽의 재협의 요청에 대응해 마치 무임승차 제도를 변경할 것처럼 외관을 형성했을 뿐, 매번 여론 수렴과 사회적 영향 등을 이유로 합의를 미뤘다"며 "민자사업자에 계속해서 무임승차 및 운임 할인을 시행할 수밖에 없게끔 사실상 강제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실시협약에서 정한 사업수익률(4.70%)을 달성하기 위한 적정 운임과 실제 징수 운임의 차액을 정부가 추가로 보상·지원할 의무가 있다는 경기철도 측 주장은 "사업으로 인한 모든 위험을 정부가 부담하라는 것"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판결 후 국토부와 경기철도는 모두 상소했다.

한편 올해 1월 신분당선 기존구간(강남~정자)의 민간사업자인 '신분당선 주식회사'도 국토부를 상대로 낸 같은 내용의 행정소송 1심에서 일부 승소해 339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이 사건도 양측이 항소해 서울고법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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