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 31일 더불어민주당이 윤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2022년 5월 통화 내용을 공개한 뒤 처음으로 나온 메시지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 본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명 씨를 언급하며 "집권 여당 대표로서 죄송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선 민주당이 전날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한 것을 언급하며 "범죄혐의자인 이재명 세상 만들기 위해 대한민국 헌정을 중단시키겠다는 것"이라며 "집권여당 당 대표로서 제가 앞장서서 막겠다"고 짚었다.
다만 "그런데 가만히 있으면 막을 수 없다"며 "뻔히 속이 보이는 음모와 선동을 막기 위해선 변화와 쇄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것은 그 자체로 국민들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력 정치인들이 정치 브로커에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국민들을 크게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위기를 극복하려면 솔직하고 과감해져야 한다"며 윤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을 촉구했다. 아울러 김건희 여사는 대외 활동을 중단하고 특별감찰관 임명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가감 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며 "제가 법을 다루는 삶을 오래 살아왔지만, 법이 앞장서서 등장해야 할 때가 있고 그렇지 않을 때가 있다. 지금은 법리를 앞세울 때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부 친윤계 의원들이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가 공개된 뒤 '대통령 취임 전에 당선인 신분에서 나눈 대화였기에 탄핵 사유가 아니다'며 법리를 앞세운 것을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국민들께서 듣고 싶어 하시는 말씀은 전혀 다른 것"이라며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 개편하고, 쇄신하고, 심기일전을 위한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건희 여사는 즉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예방하기 위해 특별감찰관 도입 절차를 즉시 진행해야 하는 건 너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나아가 국정 기조 전환이 늦지 않게 필요하다"며 "독단적 국정 운영에 대한 반감을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구태 정치 극복을 위해 쇄신의 길로 나서자"며 "국민의 지탄을 받는 지금이 역설적으로 구태 정치를 극복할 절호의 기회"라고 덧붙였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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