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04일 14: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개매수 신고서에 2조50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숨겨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고 있는 고려아연이 앞뒤가 맞지 않는 해명으로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 가능성이 커져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고 해명했지만 정작 공개매수 신고서엔 "상장폐지 가능성이 없다"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면서도 이를 밝히지 않았다면 이 역시 공개매수 신고서를 허위 기재한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달 11일 공시한 자사주 공개매수 정정신고서 내 '증권시장에서 공개매수 대상 주식 등이 공개매수 이후에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항목에 "해당 사항이 없다"고 기재했다. 고려아연은 최대 3조7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해 유통주식 수가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에도 상장폐지 가능성이 없다고 단언했다.
고려아연의 이런 입장은 약 3주일 만에 급변했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공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서는 상장폐지 관련 위험이 있다고 명확히 밝혔다. 고려아연은 "2건의 공개매수 결과에 따른 거래량 및 유동주식 수의 감소로 인해 주식 분산 요건 및 거래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관리종목 또는 상장폐지 종목으로 지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주 사이에 상장폐지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만큼 특별한 상황 변화는 없었다.
유상증자를 추진한 이유가 상장폐지 가능성이 가중된 상황 때문이라는 고려아연 측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단계에서 상장폐지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는 방증이 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난 1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 종료 후 거래량 감소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더욱 가중된 상황이었다"며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편출 가능성까지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커져 긴급하게 유상증자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대규모 유상증자 추진 계획을 정당화하기 위해 자사주 공개매수로 인한 상장폐지 가능성이 있었다고 자인한 셈"이라며 "투자자들에게 상장폐지 가능성을 알리지 않은 건은 명백한 증권신고서 허위 기재"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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