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지 보험 제동…'고무줄 회계' 손본다

입력 2024-11-04 17:46   수정 2024-11-05 01:43

보험사가 낮은 보험료를 앞세워 고객을 유치해 온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도 평가가 올해 말 결산부터 확대된다. 이에 따라 보험사의 건전성 지표인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이 일제히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비 과다 집행 관련 제재도 내년부터 시행된다.

▶본지 10월 26일자 A1, 2면 참조

대형 보험사도 위험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4일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의 건전성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올해 결산 실적을 기준으로 K-ICS 비율을 산출할 때 무·저해지 상품의 특성에 맞게 해지 위험액을 추가한다.

K-ICS 비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다. 발생할 위험액(요구자본)에 대비해 보험사가 대응할 수 있는 자본(가용자본)을 얼마나 보유했는지를 비율로 나타낸다.

이번 개선안은 이전까지 일반 상품과 구분하지 않은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액을 더 크게 산출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해지 시 환급액이 적은 대신 보험료를 낮춘 상품이다. 무·저해지 상품의 위험액이 커지면 요구자본이 늘어나 K-ICS 비율이 하락한다. 개편안 적용 시 K-ICS 비율이 평균 5%포인트가량 떨어질 것으로 업계에선 추산한다.

보험업법상 K-ICS 비율 기준은 100%, 당국 권고치는 150% 이상이다. 국내 보험사의 K-ICS 비율은 6월 말 기준 217.3%다. 시장금리 하락 위험에 작년 말보다 6%포인트가량 떨어졌다.

6월 말 기준 ABL생명(144.5%), MG손해보험(44.5%) 등이 권고치를 밑돌았다. 한화생명(162.8%), 현대해상(169.7%), 롯데손해보험(173.1%) 등 일부 대형사도 권고치 부근까지 하락했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보험사의 ‘고무줄 회계’를 제한하는 계리적 가정 실무표준(가이드라인)도 내놓을 계획이다. 보험사 실적을 보수적으로 추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적용하면 이익이 감소할 뿐 아니라 가용자본이 줄어 K-ICS 비율이 더 하락할 수 있다.
보험부채 세부 현황 공시해야
금융당국은 올해 말 결산부터 보험사들이 부채 현황을 세분화해 공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보험계약에서 발생하는 부채는 보험사 경영 현황을 보여주는 핵심 정보다. 현재는 회사 전체의 부채 금액만 공시하면 된다. 앞으로는 유·무배당, 상해·사망 등 위험 요인별로 묶어 제시해야 한다. 보험사 투자자에게 실질적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또 내년 계리·회계법인의 외부 검증에 대해 감리 근거와 자료 제출 요구권을 신설해 부실 검증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부실 검증 시 외부 법인에 벌칙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도 수립한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과당경쟁에 따른 소비자 피해 등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의 비합리적 사업비 집행을 제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보험사가 기초서류에서 정한 사업비 한도 내에서 보험설계사 수당 등을 지급하도록 한다. 또 보험사들은 보험료, 보험금, 사업비 등 실제 현금 유출입에 관한 업무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강현우/최한종/서형교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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