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대부' 제이지, K팝 베팅…뮤직카우 美지분 사들인다

입력 2024-11-04 17:42   수정 2024-11-12 16:23

미국 힙합 가수이자 엔터테인먼트 사업가로 유명한 제이지(Jay-Z)가 국내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와 손을 잡는다. 뮤직카우 미국법인에 투자해 2대주주에 오를 예정이다. K팝의 전 세계적 유행과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의 성공 가능성 등을 눈여겨본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美 저작권 시장 선점
4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제이지가 설립한 엔터테인먼트 회사 락네이션(Roc Nation)은 이달 중순께 뮤직카우 미국법인 지분 인수를 위한 계약을 맺는다. IB업계 관계자는 “약 500만달러를 투자해 지분 20%가량을 인수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뮤직카우 한국법인(지분율 70%)에 이어 2대주주가 된다”고 설명했다. 락네이션은 계약서에 경영 참여를 위한 전략적 투자자라는 점을 명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을 잘게 쪼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는 조각투자 서비스를 2016년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2022년엔 미국에 진출했다. 미국법인 출범 초기 한화시스템이 60억원을 투자했다. 2년여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르면 이달 현지에서 조각투자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미국 음반시장 규모는 171억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크다. 하지만 개인이 음악 저작권을 사고파는 시장은 아직 발달하지 못했다.

제이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Empire state of mind)’ ‘런 디스 타운(Run this town)’ 등 대표곡으로 미국 최고 권위의 대중음악상인 그래미를 총 24번 수상한 힙합 가수다. 미국 유명 여가수 비욘세의 남편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미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제이지는 재산이 25억달러(약 3조4300억원)로 전 세계 가수 중 가장 부자다. 2위 테일러 스위프트(16억달러)보다 10억달러 가까이 많다.
K팝 인기도 한몫
제이지는 그동안 유망 스타트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큰돈을 벌었다. 차량 공유 서비스 기업 우버, 민간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등이 대표적이다. 제이지는 우버 사업 초기인 2013년 이 회사에 200만달러를 투자했다. 2019년 우버가 뉴욕증시에 상장한 후 제이지의 지분 가치는 7000만달러까지 뛴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에는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 타이달을 5400만달러에 인수한 후 2021년 트위터 창업자인 잭 도시가 세운 핀테크 업체 스퀘어에 2억9700만달러에 넘겨 큰 차익을 남겼다. 2020년에는 세계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블랙스톤 등과 함께 건강 음료 회사 오틀리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은 2010년 제이지와의 대담에서 “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인물”이라고 극찬했다.

제이지는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가 미국에서도 통할 것으로 보고 뮤직카우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K팝의 시장성도 그가 투자를 결정한 이유 중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아파트(APT.)’가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 8위에 진입하는 등 K팝 인기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뮤직카우가 미국 서비스를 시작하면 현지 팝 음악뿐 아니라 다수의 한국 노래 저작권도 현지에서 거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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