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으로 빠져나간 돈 무려 5조” 정형·가정의학과에 쏠려

입력 2024-11-05 09:43   수정 2024-11-05 09:44

올해 상반기 정형외과 및 가정의학과에서 실손보험금 70% 이상이 비급여 진료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DB손해보험·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에서 취합한 올 상반기 실손보험 지급 보험금은 4조943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 늘었다.

이중 급여 지급금이 2조875억원, 비급여가 2조8564억원이었다. 이중 비급여 지급보험금 비율은 지난해 57.6%에서 올해 57.8%로 소폭 증가했다.

주요 진료과목 중 비급여 진료비 비중은 정형외과(71.0%)와 가정의학과(70.4%)가 70%를 넘기며 1, 2위를 기록으며 이들 두 과목이 전체 보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2.5%를 차지했다.

이용이 가장 활발한 도수치료·증식치료·체외충격파 치료 등 비급여 물리치료비가 이들 과목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정의학과는 질환의 종류와 관계없이 지속적이고 포괄적인 진료를 시행하는 진료과이지만 도수치료·비급여주사치료 등 광범위하게 시행해 비급여 비율이 이처럼 높게 나왔다.

정형외과와 가정의학과는 올해 상반기 보험금 지급금이 각각 12.7%, 5.7%씩 증가했고 타 진료과목 중에서도 ▲이비인후과(15.5%) ▲소아청소년과(10.1%) ▲비뇨의학과(11.3%) ▲한방병원(7.1%) ▲산부인과(5.1%) 등에서도 늘었다. 이들 과목 비급여 비율은 50∼60% 후반대다.

반면 비급여 비율이 2022년 76.9%로 높았던 안과는 지난해 28.2%, 올해 상반기 28.9%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안과의 비급여 지급 보험금은 4564억원, 547억원, 314억원으로 감소했다.

‘입원 치료 필요가 없다’는 대법원판결 이후 실손보험 보상 기준이 강화되면서 백내장 과잉수술이 진정된 영향이다.

다만 새로운 비급여 유행이 생기는 행태가 반복되면서 궁극적으로는 비급여 진료비 관련 가격 규제, 비급여 관련 표준 명칭·코드 사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지난해 하반기 비급여 보고자료에 따르면 의료기관 간 비급여 진료비 격차는 최대 300배까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수치료는 중앙값이 9만원, 최댓값이 150만원이었고, 체외충격파 치료는 중앙값이 7만원, 최댓값은 50만원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비급여 규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유사 급여진료가 있더라도 비급여 공급이 확대된다”며 “이는 결국 실손 보험금 상승으로 인한 국민 의료비 부담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비급여 및 실손보험 악용을 막기 위한 가격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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