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명명한 더불어민주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김 여사 특검법 통과에 협조하라고 손을 내밀고 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민주당은 김 여사 특검에 관해 국민의힘과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오직 '특검 수용'만을 요구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던 기존의 모습과 달리 한발 물러난 것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법안심사1소위원회 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통과시킨 뒤 기자들과 만나 "정무적 고려는 다른 곳에서 협의가 이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영교 의원도 "여당에서 더 구체적인 법률안을 갖고 온다면 법안으로 상정되고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앞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특검의 내용이나 형식, 독소조항 등에 (논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도 "특검은 저희도 열어놓고 협의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민주당의 전략은 여권의 당정 갈등이 고착화하며 내홍이 이어지는 가운데, 내부 분열을 자극하면서 이탈표를 끌어내겠다는 '유화책'으로 풀이된다. 이번 특검법도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민주당은 통과를 위해 국민의힘에서 8표 이상 이탈표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김 여사 특검을 두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3일 "독소조항들은 삭제한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고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악법을 저지하겠다"고 일축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도 "정쟁용 악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한 대표 역시 윤 대통령에게 쇄신책을 요구하면서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검이 아닌 '특별감찰관 임명'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혹시 모를 김 여사 특검법 이탈표를 우려해서라도 윤 대통령이 오는 7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쇄신 요구 목소리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한(親한동훈)계 신지호 국민의힘 전략기획부총장은 이날 KBS 라디오에서 "(김 여사 특검법 처리 시) 이탈표를 막기 위해서라도 전향적인 조치가 나와야 한다"며 "이탈표 단속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날 윤 대통령과 면담했다는 친윤(親윤석열)계 추 원내대표는 '대국민 담화에서 국정 쇄신 요청과 관련해 어느 정도 수준의 답변을 내놓을 것 같냐'는 물음에 "여러 상황에 관해 여러 채널을 통해 많은 말씀을 듣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궁금해하시는, 기대하시는 부분에 대해서 각종 국정 현안 등에 관해서 소상히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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