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 오차에 대해 한은은 “전망은 원래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다”고 항변한다. 전망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망의 전제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제통화기금(IMF)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전망치를 계속 바꾼다.
한은이 8월부터 분기별 전망을 외부에 공개한 것도 오차가 커진 원인으로 거론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제전망에 실패한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한은)가 전망(체계)을 개선해야 하는 건 사실이고, 분기 전망을 시작했기 때문에 보다 정치(精緻)하게 노력하겠다”면서도 “올해 연초와 지금 미국 성장률 전망치가 1.5%에서 2.8%로, 일본의 전망치도 1%에서 0.3%로 바뀐 것과 비교하면 (전망 실적이) 크게 나쁘지는 않다”고 해명했다.
사소한 변명거리도 있다. 0.1% 성장률은 한은이 분기 전망 때 제시한 ‘팬 차트’ 영역 내에 있다. 10년간의 전망 오차를 반영해 그린 그래프에서 오차의 70% 범위에는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에 전체 성장률 수치를 정확하게 맞히는 게 의미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은은 이번에 내수 부문은 전망에 부합했고, 수출이 전망을 크게 밑돌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수의 세부 항목이 당초 전망에 부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은이 올해 성장률을 정확히 전망한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2월에 제시한 2.1% 성장률 얘기다. 1분기 서프라이즈와 3분기 쇼크를 더해 최종적으로는 2%대 초반의, 연초 예상한 수준에 부합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은이 제시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한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8월 전망 때는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을 하방 위험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견조하다. D램 가격이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8월 이후 D램 가격이 다시 조정받으면서 참고하기 어렵게 됐다. 한은은 5월엔 글로벌 긴축 장기화 시나리오를 예상했지만, 미국은 9월 ‘빅컷’(금리 0.5%포인트 인하)으로 통화 완화 정책을 시작했다.
‘시나리오를 맞히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항변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주요 변수를 선택하고 상방과 하방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이라면 이런 문제를 다소 해소할 수 있다. 5월 제시한 지정학적 갈등에 관한 시나리오 전망에서는 악화 시나리오와 낙관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다. 그렇게 나온 것이 악화 시 2.3%, 완화 시 2.5%였다.
미국의 경기, 글로벌 통화정책 등이 성장에 영향을 주는 주요 변수라는 점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런 핵심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갈지 양방향의 경우를 모두 제시하는 방안을 한은 경제전망 분석 담당자는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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