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전쟁 획책이라는 또 하나의 괴담

입력 2024-11-05 17:28   수정 2024-11-06 00:08

시바 료타로의 소설 <언덕 위의 구름>의 실제 주인공 아키야마 사네유키는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이 쿠바 앞바다에서 전쟁을 벌이자 미 해군 함선에 탑승해 참관할 기회를 얻는다. 주미 일본 대사관 무관 자격이었다. 여기서 그는 미 해군이 전함마다 무선 통신 장비를 싣고 본부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무적 스페인 함대를 제압하는 광경을 목도한다. 대형 해도(海圖) 위에 모형 함선을 올려놓고 시뮬레이션을 하며 전략을 가다듬는 ‘워게임’도 이때 배운다.

몇 년 후 작전참모로 러·일 전쟁에 참전한 아키야마는 일본 연합함대가 러시아 발틱함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기여한다. 우리에겐 한·일 합병으로 이어진 뼈아픈 역사지만, 최신 전쟁의 양상을 직관하고 전략·전술을 연구하는 게 중요한 이유를 일깨우는 고전적 사례다.
첨단 현대전 경험하는 북한군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은 여러모로 기분 나쁘다. 왠지 모르게 거슬리는 대남 오물풍선 같은 느낌이다. 돈이 급한 김정은이 루블화를 벌기 위해 어린 군인들을 총알받이로 보낸 것쯤으로 치부하고 싶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첨단 핵기술을 전수받을 것이라는 관측보다 더 찝찝한 건 따로 있다. 북한군이 21세기 첫 국가 간 전면전을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도 1만 명이 넘는 파병 인원 중 장교가 최소 500명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동원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을 모두 동원하는 중이다. 대표적인 게 자폭 드론 등 무인기 기술이다. 값싼 무인기로 상대국의 전략적 요충지를 타격하고 전차와 함정에도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전자전도 치열하다. 러시아는 재밍(전파방해)으로 우크라이나 드론을 무력화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는 이를 우회하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을 드론에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유무인 복합 전투 체계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군이 현장에서 이를 체득하는 중이다.
괴담 총대 멘 4성 장군 출신 의원
북한은 이번 전쟁의 경험을 살려 한반도 유사시의 작전 계획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군사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래서 전훈을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단을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는 건 국방을 책임지는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입을 모은다. 파견단의 명칭, 범위, 역할 등 디테일에서는 조금씩 의견이 다르지만 북한이 참전한 전쟁을 ‘남의 나라 전쟁’이라고 간과하는 건 직무유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당연한 얘기를 굳이 설명하는 이유는 “참관단 파견은 파병이며 이는 윤석열 정부가 한반도에서 전쟁을 획책하기 위한 것”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 때문이다. 오로지 이재명 대표 방탄과 정쟁을 위한 괴담 선동에 4성 장군 출신 재선 의원이 총대를 멨다는 점에서 더욱 입맛이 쓰다. 맞지도 않는 헌법을 들먹이며 “단 한 명의 군인이라도 국회 동의 없이 파견하면 국방장관을 탄핵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자칭 손자병법 전문가라는 이 의원은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냈다. 군에 있을 땐 실력이 출중하고 존경받는 군인이었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그가 변한 이유는 뻔하지 않으냐”고 했다. 혹시나 정권이 바뀐 뒤 국방장관 자리라도 넘볼 요량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해야 할 것 같다. 그러기엔 후배 군인들의 신망을 잃어도 너무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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