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제 살 깎아 먹기

입력 2024-11-05 17:24   수정 2024-11-06 12:32

“한마디로 ‘제 살 깎아 먹기’죠.”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파업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 공장이 멈춰 섰다는 보도를 접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변속기가 없으면 완성차를 못 만드는 점을 노려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는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행태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이란 이유다.

지금 상황은 노조가 그린 대로 움직이고 있다. 한 달째 이어진 파업으로 변속기 재고가 떨어진 현대차가 코나를 제작하는 울산공장 11라인을 세웠기 때문이다. 울산공장 51라인에선 제네시스 G90 생산이 중단됐다. 노조가 예고한 대로 오는 8일까지 파업이 계속되면 현대차·기아의 생산 차질 물량은 2만7000대, 액수로는 1조원대에 육박할 전망이다. 노조가 파업 기간을 늘리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진다.

현대트랜시스 노조는 ‘현대차·기아 생산 중단’을 볼모로 삼아 작년 영업이익(1169억원)의 두 배에 달하는 2300억원을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사측이 작년 영업이익의 92%에 해당하는 1075억원을 성과급으로 제시했지만, 노조는 협상장을 박차고 나갔다. 코너에 몰린 사측을 압박해 원하는 만큼의 성과급을 받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막무가내식 파업에 대해 제 살 깎아 먹기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부품 업체의 파업으로 완성차 업체가 피해를 보는 상황이 지속되자 “우리가 직접 변속기를 만들자”는 얘기가 현대차 노조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현대차가 직접 변속기를 만들면 현대트랜시스는 일감을 잃게 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임직원에게 돌아간다. 차세대 하이브리드카 변속기인 ‘TMED-2’를 개발한 주체가 현대차인 만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직접 생산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업계는 설명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의 지나친 ‘밥그릇 챙기기’는 중국 전기차의 침공으로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신음하는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졌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87년 역사상 처음으로 독일에 있는 2개 공장을 폐쇄하기로 하면서 주된 이유로 유럽 평균보다 두 배 높은 독일 인건비를 들었다.

충남 서산 현대트랜시스 지곡공장에서 2800여 명의 노조원(지난해 평균연봉 1억700만원)이 빨간색 머리띠를 둘러맨 지난달 31일. 지구 반대편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휴머노이드가 자동차 엔진 커버를 들어 옮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자동차 공장에 로봇이 투입되는 건 이제 시간문제다. 현대트랜시스 노조 스스로 얼마나 생산성이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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