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장은 5일 금감원 임원회의를 열고 “최근 몇 달 동안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어 우려스럽다”며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 주체가 금리 부담 경감 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금리 부담 경감 효과가) 예대금리차 확대로 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언급한 지표는 예대금리차로 당장 대출금리를 인하하라는 발언은 없었다. 하지만 이 원장이 지목한 ‘금리 부담’은 대출금리를 낮춰야만 줄어드는 만큼 사실상 이자를 내리라는 주문으로 은행권은 보고 있다.
이 원장은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 수신(예·적금) 금리에 먼저 반영된 이후 대출금리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경향이 있다”면서도 “은행별 유동성 상황,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고,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지체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금감원 임원들에게 당부했다.
그동안 가계대출 증가세를 억제하라는 정부의 압박에 따라 대출 문턱을 높여온 은행들은 이 원장의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여전한 가운데 대출금리를 인하하면 가계대출 증가 문제가 더욱 악화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7개월 연속 전월 대비 늘었고, 지난달 증가폭은 9월(5조2000억원)보다 확대됐다.
대출금리를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하는 은행들은 대출 자체를 중단하고 나섰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대표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i-ONE 주담대 등 3개 가계대출 판매를 중단했다. 이어 우리은행도 집단대출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주담대와 전세대출의 모바일·온라인 판매를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전면 중단했다.
주담대 규제가 적은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를 우려한 신한은행도 당장 이달 6일부터 모든 가계대출의 비대면 방식 판매를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대출금리를 인하하면서 가계대출을 억제하라는 주문은 ‘뜨거운 아이스 커피’를 주문하는 것처럼 모순된 정책”이라며 “대출금리를 올리지 않고서는 가계대출을 줄일 수 없는 은행 입장에선 대출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의진/최한종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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