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의 시각에서 본 기업의 디지털 전략 [회계로 보는 디지털 세상]

입력 2024-11-06 10:38  

이 기사는 11월 06일 10:38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기업의 디지털화 전략: 필수적 접근과 직업군별 변화
디지털 전환은 이제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고 할 만큼 중요하다. 정보기술의 발전과 인공지능(AI), 머신 러닝, 자연어 처리(NLP) 같은 첨단 기술은 기업 환경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으며, 기업은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디지털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속도는 직군과 업무의 성격, 그리고 그로부터 창출되는 부가가치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회계업계의 디지털화: 일반 사무 자동화에서 순수 회계로
필자가 디지털화를 처음 접한 시기는 2016년 경으로 기억한다. 당시 근무하던 회계법인의 최고 책임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에서 앞으로 10~20년 후 해당법인이 수많은 서버와 대표 한 명으로 운영될 수도 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회계업계는 디지털화 초기 단계에서 자동화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분야 중 하나다. 회계사의 업무에는 복잡한 전문가적 판단이 필요한 영역도 있지만, 조회서 발송과 같은 반복적인 일반 사무 영역도 존재한다. 이러한 일반 사무 영역은 비교적 쉬운 기술인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와 이미 개발된 범용 소프트웨어를 주로 활용하여 자동화를 진행해 왔다. 회계사의 업무는 표준화율이 높아 디지털화의 적용이 용이하고 다양한 업무에 반복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부가가치가 매우 높다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순수 회계 감사 영역, 즉 감사 전략 수립과 위험 분석과 같은 영역은 복잡한 상황에 대한 고도의 판단을 요구하기에 자동화와 디지털화의 완전한 적용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회계사들 중에는 Python등으로 부분적 자동화를 시도하거나 대용량 데이터 분석 Tool을 사용해 법인 차원의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기 전에 개별적인 디지털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일부 법인은 이런 개별적 시도를 장려하면서 조직 전체의 디지털 역량강화를 유도한다.
법무법인과 자연어 처리(NLP)의 융합: TAR을 통한 효율성 증대
법무 분야는 디지털화의 물결 속에서 독특한 위치에 있다. 특히 2013년 옥스퍼드 대학교의 직업별 자동화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TAR(Technology-Assisted Review) 등의 도구를 통해 문서 검토와 분석 작업의 자동화를 진행해 왔다. TAR은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방대한 양의 법적 문서를 효율적으로 검토하고 관련 정보를 빠르게 추출하는 데 사용된다.

TAR 적용 이전까지 문서검토는 모든 문서를 사람이 직접 읽고 관련성을 분류해야 했으므로 미국 소송에서 비용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되어 왔다. TAR과 같은 기술이 이 영역에 도입되면서 미국 법원도 이러한 기술의 사용을 인정하며, 소송 비용 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가능하게 했다. TAR기술의 개발이 타 분야의 디지털화의 시기보다 빨랐던 이유 중 하나는 이러한 기술의 개발로 대체 가능한 비용의 크기가 엄청나게 컸기 때문이다.

물론 TAR나 NLP 기술이 법무 업무의 모든 영역을 대체하지는 않는다. 복잡한 법적 문제 해결과 전략 수립, 협상 등은 여전히 인간 변호사의 고유 영역으로 남아 있다. 기술은 법무법인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보조 도구로 자리 잡고 있으며, 법률 전문가의 판단력을 보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진입 경로와 부가가치의 관계
디지털화는 기업의 선택 이전에 기술 자체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영역에 먼저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기술은 이미 단순 반복 작업이나 비용 절감의 여지가 높은 분야에서 그 효과를 증명하며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이러한 영역에 디지털화가 자리 잡으면서, 기존 인력은 보다 창의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투입될 수 있게 된다. 즉, 디지털화는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업무에 우선적으로 적용되고, 그 성공 사례가 누적됨에 따라 디지털화 범위가 넓어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기업은 디지털화를 단순히 기술적 도입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닌, 조직 내 각 업무 영역의 부가가치와 디지털화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술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며, 이를 통해 디지털화의 확산 속도가 결정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디지털화 전략 수립: 기능별 분석과 접근의 필요성
디지털화의 속도와 성공 여부는 전적으로 기업의 전략적 접근에 달려 있다. 기업은 조직의 각 기능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 업무가 디지털화될 수 있는지 여부와 그 시기를 예측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은 이러한 접근을 통해 조직의 기능을 혁신적으로 개선하고, 디지털화의 도입이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평가해 빠르고 효율적으로 목표를 달성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 기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다. 온갖 기술적 용어가 홍수를 이루는 지금, 기업의 최고 책임자는 외부 기술적 흐름에 휩쓸리기보다는, 조직의 특성과 이러한 외부 기술이 조직에 적용되었을 때 창출될 수 있는 부가가치에 대해 냉철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안개 자욱한 바다에서 선박을 인도하는 포그혼과 같이, CEO는 디지털 전환의 불확실성 속에서 유행하는 기술에 집착하기보다, 조직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화 방향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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