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와우 멤버십 가격을 지난 8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한 이후 제기된 소비자의 ‘탈(脫)쿠팡’ 우려를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매출 40조원을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쿠팡 창업자인 김범석 이사회 의장(사진)은 “거대한 커머스 시장에서 우리가 차지한 부분은 여전히 일부이고, 아직 개척하지 않은 시장이 상당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의 모기업 쿠팡Inc는 올 3분기 매출이 10조6900억원(약 78억6600만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늘었다고 6일 발표했다. 분기 매출 10조원을 돌파한 직전 분기 실적을 뛰어넘었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146억원)보다 29% 증가한 1481억원을 기록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전망치를 지난 2분기 선반영해 34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한 분기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국내 유통시장의 성장 정체 속에서도 쿠팡은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직매입한 상품을 판매하는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오픈마켓 형태인 로켓그로스 등을 합친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3분기 매출(9조3650억원) 증가율은 전년 대비 20%로 견고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와우 멤버십이라고 김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실적 발표 후 한 콘퍼런스콜에서 “무료 로켓배송과 무료 반품, 쿠팡이츠 무료 배달, 쿠팡플레이 무료 시청 등 와우 멤버십의 다양한 혜택과 가치를 알아가는 회원이 점점 늘고 있다”고 말했다.
와우 멤버십 비용 58% 인상에도 활성고객이 늘어난 점도 주목된다. 프로덕트 커머스 부문의 3분기 활성고객은 2250만 명으로, 작년 3분기보다 11%나 증가했다. 멤버십 가격 인상 전인 2분기 활성고객(2170만 명)보다도 많다. 1인당 고객 매출은 43만2160원(약 318달러)으로 1년 전보다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쿠팡이 주력해온 신성장 사업의 실적도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사업과 파페치(명품 플랫폼), 쿠팡이츠 등 성장사업 부문 3분기 매출은 1조32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56% 증가했다. 성장 사업의 상각 전 영업손실은 1725억원으로, 1년 전보다 21% 줄었다.
작년 말 6500억원을 들여 인수한 명품패션 플랫폼 파페치의 상각 전 영업손실은 지난 2분기 424억원에서 3분기 27억원으로 급감했다. 김 의장은 “올초 밝힌 대로 파페치는 손익분기점에 가까운 수익성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3분기에 목표를 달성했다”며 “내년부터 쿠팡과의 시너지를 포함한 다른 사업 기회를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물류 인프라 투자가 3분기부터 본격화하며 쿠팡의 잉여 현금흐름은 적자로 전환됐다. 작년 3분기 7020억원 흑자에서 올 3분기 570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이다. 쿠팡은 2026년까지 대전, 광주 등 9개 지역에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1만 명을 직고용한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쿠팡으로선 외형 성장과 함께 수익성도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쿠팡의 영업이익률은 2022년 3분기 1.52%에서 2023년 3분기 1.41%를 거쳐 올해 3분기 1.38%로 낮아졌다. 와우 멤버십 혜택을 강화하고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진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거랍 아난드 쿠팡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와 관련, “기술 및 인프라에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 미래 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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