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5억 아파트 디딤돌대출, 5500만원 줄어든다

입력 2024-11-06 18:07   수정 2024-11-14 16:11


국토교통부가 수도권 아파트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에 나선 것은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다. 그간 금융당국의 우려에도 국토부는 “정책대출 축소는 없다”고 맞섰다. 그러나 디딤돌대출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주택도시기금의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국토부도 대출 증가 속도 조절에 나섰다. 국토부와 가계부채 관리 문제를 놓고 엇박자를 내던 금융당국도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대출 한도 줄고 후취담보 금지
6일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서울과 경기도에서 5억원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디딤돌대출을 받을 때 한도가 각각 5500만원, 4800만원 줄어든다. 국토부는 관행적으로 유지되던 ‘방 공제’(소액임차보증금 차감 후 대출) 의무 면제가 담보인정비율(LTV) 도입 취지에 맞지 않아 규정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출 수요자 입장에선 한도가 줄어드는 셈이다. 예컨대 경기도에서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할 때 기존에는 디딤돌대출로 3억5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었지만 다음달 2일부터는 3억200만원만 받을 수 있다.

여기에 후취담보 신규 대출이 제한돼 예비 입주자가 준공 전 중도금과 잔금을 조달하는 데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국토부는 애초 후취담보 신규 대출 규모가 5000억원 수준에 불과하고 유예기간을 설정해 시장 혼란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2일 전까지 입주자모집공고를 낸 단지 중 입주 예정일이 내년 상반기까지인 경우엔 기존 후취담보 대출을 허용한다. 이때도 방 공제에 따른 한도 축소는 적용된다.

이번 한도 축소 대상이 ‘수도권 소재 아파트’로 한정돼 비아파트와 지방 아파트를 구매할 때는 기존처럼 디딤돌대출이 가능하다. 신생아 특례대출과 전세사기 피해자 전용 대출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된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는 기존대로 LTV 80%를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방 공제 의무 적용과 후취담보 제한 조치도 그대로 적용된다. 연소득 4000만원 이하 가구가 3억원 이하 저가 주택을 구입할 때도 디딤돌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정책대출 ‘엇박자’ 봉합
서민의 주거 안정에 방점을 찍는 국토부와 가계부채 관리를 강조하는 금융당국이 정책대출을 둘러싸고 ‘제각각 행보’를 보이며 그동안 실수요자의 혼란이 이어졌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특례보금자리론 공급을 중단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적용받지 않는 데다 금리가 낮아 인기를 끈 상품이다. 대신 부부 합산 소득 기준을 1억원에서 7000만원으로 강화한 보금자리론을 재출시했다. 금리도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과 비슷한 수준으로 설정했다.

같은 기간 국토부가 관리하는 디딤돌대출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작년 10월 소득 요건을 부부 합산 연 7000만원에서 8500만원으로 완화하고, 올해 1월엔 신생아 특례 디딤돌대출을 새로 선보였다. 그 결과 디딤돌대출로 수요자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1~9월에만 22조3202억원의 디딤돌대출이 집행됐다. 작년 연간 실적(13조8835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가계부채 경고음이 계속 울리자 국토부도 디딤돌대출 문턱 높이기에 나섰다. 지난달 하순 방 공제를 적용하고 후취담보 대출을 제한하는 한도 축소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예고 없이 대출 가능 금액이 수천만원 줄게 된 실수요자의 반발이 커지자 시행일을 사흘 앞두고 ‘잠정 유예’ 결정을 내렸다. 결국 수도권 아파트에만 한도 축소를 적용하는 내용의 절충안을 내놓은 것이다.

그동안 국토부와 마찰을 빚던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을 반기는 분위기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정책 대출의 취지와 목적을 살리면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할 방안”이라며 “유예기간을 둬 현장 혼란을 최소화했다”고 말했다.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어느 정도 둔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디딤돌대출은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인기 주거지로 이동하는 ‘주택 갈아타기’의 핵심 수단이라는 분석이 많다.

디딤돌대출 축소로 주택 갈아타기에 제약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

이인혁/유오상/최한종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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