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 정책 전문가인 데이비드 색스 미국 외교협회(CFR) 연구원(사진)은 선거를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대만을 방어해야 하는 대상으로 인식하는 것에 일관되게 회의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동아시아포럼(EAF)에 기고한 ‘트럼프는 대만을 버릴 것인가’라는 글(Would Trump abandon Taiwan?)에서 트럼프 당선시 대만 정책이 크게 달라질 수 있으며, 대만이 방위비를 대폭 끌어올려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 대만과 유사한 압박을 받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반도체 생산 등에서 대만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입장이다. 트럼프 2기 대 아시아 정책에 관해 그의 견해를 들었다.
▶지난 달 기고문에서 미국의 대만 정책이 트럼프 2기 정부에서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TSMC가 존재하는 한, 미국이 쉽게 대만을 포기하거나 방어를 줄일 수는 없지 않는가. 비즈니스적인 의미에서 대만을 보호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점도 있다. 이 칩들은 아이폰, 컴퓨터, 전자레인지, 세탁기 등에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이 자국 방어와 동맹국 및 파트너국을 위해 필요로 하는 무기에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군사 및 국가 안보 응용 프로그램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AI 혁명에도 동력을 제공할 것다. 그래서 저는 이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다.
트럼프가 말하는 것에 대해서는, TSMC에 대한 그의 발언은 일종의 협상 입장이다다. 그는 조 로건 팟캐스트에서 실제로 칩스 앤 사이언스 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TSMC와 같은 부유한 회사에 돈을 주는 대신, 미국은 단순히 TSMC 칩에 관세를 부과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칩 문제에 대해 훨씬 더 거래적일 수 있고, TSMC가 미국으로 더 많은 생산을 이전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당근보다는 채찍을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TSMC의 애리조나의 공장은 실제로 꽤 잘 운영되고 있으며 생산량도 상당히 높다고 한다. 따라서 TSMC는 시장 요인 때문에 계속 투자할 동기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는 수입되는 모든 칩에 상당한 관세를 부과한다는 입장이라면, TSMC에 미국으로의 생산 이전을 위해 더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미국이 대만을 방어해야 하는지에 대해 회의적이다. 최소한 지난 8년 동안 매우 일관되게 유지해 온 태도였다. 존 볼턴이 그의 책에서 그것에 대해 썼고, 다른 고문들도 비슷한 말을 했다. 이번 선거 운동에서도 마찬가지였다.”
▶TSMC와 삼성 같은 반도체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칩스 법 없이도 관세만으로 미국 내 투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트럼프의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선 칩스 법은 의회에서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주류 공화당원들도 칩스 법을 지지했다. 애리조나의 공화당 주지사가 TSMC의 투자를 주로 유치했다. 이는 꽤 강력한 초당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얘기다. 큰 국가적 안보 취약점을 해결하기 때문이다. 가장 첨단 반도체 칩들이 모두 대만에서 만들어지고, 모든 로직 칩의 대부분이 대만에서 만들어진다. 만약 우리가 중국과 갈등 상태에 있다면, 이는 미국에 큰 취약점이 된다.
그래서 나는 칩스 앤 사이언스 법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텔의 경우는 큰 의문 부호가 있지만, TSMC와 삼성의 경우에는 실제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의문인 점은 트럼프의 반대가 단순히 선거 운동 때문인지, 아니면 성공적인 기업들에게 보조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원칙적인 반대인지다. 칩스 앤 사이언스 법에 따라 이미 많은 돈이 지출되었고 진전이 이루어졌으며 법으로 서명되었기 때문에, 트럼프가 이미 일어난 일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트럼프가 대만과 한국, 그리고 다른 파트너국들에게 방위비를 더 많이 지출하라고 위협한다고 언급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의 GDP의 10%를 지출하도록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하는가? 그들이 그것을 감당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다. 전쟁 중이 아닌 어떤 나라도 GDP의 10%를 국방에 지출하지 않는다. 특히 지도자들이 국민들에 의해 재선되어야 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GDP의 10%를 국방에 지출하는 것은 엄청나게 인기가 없을 것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다.
나는 트럼프가 그 퍼센티지를 그냥 즉흥적으로 말했다고 본다.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기자가 GDP의 5%를 지출해야 하는지 물었을 때, 이는 제가 보기에 훨씬 더 주류적인 입장인데, 트럼프는 아마도 그 숫자를 그냥 두 배로 늘려 10%라고 말했을 것이다.
미국에서는 대만이 GDP의 5%에 가까운 금액을 국방에 지출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더 주류 의견에 가깝다. 로버트 오브라이언이 공개적으로 5% 숫자를 언급했고, 다른 공화당원들도 마찬가지다. 대만이 5%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이는 대략 10월 7일 공격 이전에 GDP의 4.5% 정도를 국방에 지출한 이스라엘과 비슷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미국인들은 현재 대만의 국방 지출(GDP의 2.5%)이 중국이라는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상황에서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논쟁은 적절한 수치가 3%, 4%, 5% 또는 다른 수치인지에 대한 것이다. 대만은 국방 지출을 빠르게 3% 수준으로 늘리고 또 그 이상으로 올리라는 더 많은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그 수치가 어디까지 갈지는 토론의 여지가 있다. 10%는 되지 않겠지만, 3%보다는 높아야 할 것 같다.”
▶5%는 대만이 감당할 수 있는 지출인가.
“그렇다. 대만은 매우 부유한 섬이다.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세율이 낮고 매우 관대한 사회 안전망도 갖추고 있다. 물론 국방비 지출을 늘리려면 다른 곳의 지출을 줄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5%라는 수치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월 7일 이전의 이스라엘은 GDP의 4.5%를 국방에 지출하면서도 번창하는 첨단 혁신 경제를 가지고 있었다. 냉전 시대에 미국도 혁신적이고 번창하는 경제를 가지고 있었으면서도 그 이상을 국방에 지출했다. 불가능하지 않다.”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의 방위비에 대해 어떤 접근을 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에 대한 압박은 약간 다를 것이다. 직접적으로 국방비 지출을 늘리거나 징병 기간을 연장하라는 압박은 크지 않을 것 같다. 한국은 이미 보편적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고, GDP의 상당한 부분을 국방에 지출하고 있다.
그보다는 한국이 한반도 주둔 미군에 대해 얼마나 기여하는가에 대한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재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는 문제다. 한국은 트럼프가 한반도 주둔 미군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훨씬 더 많이, 훨씬 더 많이 요구할 것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이는 대만과는 약간 다르다. 대만은 현재 미국에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고 있고, 미국은 대만에 수만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있지 않다. 그러나 한국도 더 많이 기여하라는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시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많은 중국 학자들과 정부 자문위원들은 트럼프의 두 번째 임기 동안 이 지역의 미국 동맹을 약화시키거나 이용할 기회가 있다고 본다. 그들은 한미 동맹, 미일 동맹, 심지어 미국-대만 관계에서도 더 많은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를 기회로 보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일본과의 3자 파트너십, 필리핀과의 추가 기지 협정, 대만과의 안보 협력 등을 통해 이 지역의 미국 동맹을 강화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미국이 동맹국들과 부담 공유와 국방비 지출에 대해 갈등을 겪고, 동맹국들이 트럼프의 과거 발언을 기반으로 미국의 방어 지원을 신뢰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한다면, 이는 중국에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중국은 트럼프가 매우 거래적이라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 그들은 이것에 더 편안함을 느낀다. 트럼프가 중국에 관세나 수출 통제 또는 다른 방식으로 많은 압력을 가할 수 있지만, 이 모든 것이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중국이 무역이나 경제 분야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것을 제공하면 뒤집힐 수 있다고 믿는다.
ZTE의 경우가 그 예다. 시진핑의 요청으로 트럼프가 ZTE에 대한 치명적인 수출 통제를 뒤집었다. 물론 높은 관세를 좋아하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이를 협상의 시작점으로 볼 것이다.
사실 중국이 좋아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이다. 그들은 미국 정책의 방향을 알아야 준비하고 대응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오히려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이 그들에게 불확실성이었던 측면이 있다. 중국이 트럼프에 대해 불편해하는 한 가지는 그가 무엇을 트윗하거나 말할지, 그리고 그것이 어느 날 관계를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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