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호프집이 '연구소 둔갑'…R&D 부당공제 1749억 적발

입력 2024-11-07 17:27   수정 2024-11-14 16:49


지난해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 등 세액공제 제도를 악용해 국세청이 추징한 세금이 17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원, 호프집도 연구개발(R&D) 세액공제 혜택을 받으려다 적발당하는 등 기업 육성을 위한 면세 조항이 다양한 경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은 7일 법인과 개인이 부적절하게 받은 소득세 및 법인세 공제·감면에 대한 추징액이 지난해 1749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2022년(712억원) 대비 146% 증가했다. 법인 대상 추징액이 1624억원(2900건)이었으며, 개인은 125억원(694명)이었다.

일부 유튜버나 통신판매업자 등은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을 적용받기 위해 서울에서 사업하면서 용인, 송도 등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 공유오피스에 허위로 사업자등록을 하는 ‘주소 세탁’을 했다가 적발됐다. 창업중소기업 세액감면은 창업 유도를 위해 5년간 법인세와 소득세를 50%에서 100%까지 감면해주는 제도다. 청년(만 15~34세) 창업자는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외 지역에선 법인세와 소득세를 전액 감면받는다.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은 50% 감면된다. 국세청은 공유오피스 세원 관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밀 검증을 하고 있다.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노린 사례도 많았다. 치과기공업 4개 업체는 R&D 활동에 지출한 인건비에 대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를 신청했는데, 세무당국 조사 결과 이들이 제출한 증빙자료는 타사 논문과 특허 등을 단순 인용·복제한 허위 자료였다. 일부 병·의원, 학원, 호프집, 택시업체 등은 연구소 인정기관으로부터 연구소로 인정받아 R&D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시도했다. 가짜 근로계약서를 제출해 고용증대세액공제를 신청한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국세청 관계자는 “부당 공제·감면 신청은 국가 재정 건전성을 저해하고 조세 정의와 공정 과세 실현을 방해하는 행위”라며 “공제·감면 사후관리를 통해 과세 사각지대를 축소하고 탈세 꼼수를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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