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저출생 극복을 위해 청년·신혼부부·출산 가구 등에 당첨 기회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청약 제도를 잇달아 개편했다. 올해 들어서는 신생아 출산 가구 우선공급 비중을 늘렸다. ‘8·8 주택공급 확대 방안’에 따른 후속 조치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非)아파트 범위를 확대한 개정안(전용면적 85㎡ 이하, 수도권 5억원 이하)도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의도와 다르게 ‘전 국민 로또 청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지난 7월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1가구 무순위 청약에 무려 294만여 명이 몰려 청약홈이 마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청약홈을 관리하는 한국부동산원은 최근 비규제지역 가운데 수요자가 몰릴 우려가 있는 분양 단지는 건설사 자체 홈페이지에서 청약을 진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한 건설사가 청약홈 대신 자체 홈페이지에서 무순위 청약을 받았다가 ‘깜깜이 분양’ 논란이 일었던 배경이다.
정부는 무순위 청약과 관련해 주택 소유, 해당 지역 거주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대안을 내놓을 방침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분양가 20억원이 넘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일정 소득 이하 신혼부부에게 특별공급으로 상당수 물량을 배정하는 것과 관련해선 ‘금수저 특공’ 논란이 있다. 이른바 ‘부모 찬스’를 쓸 수 있는 사람만 청약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4050세대는 상대적으로 배정 물량이 줄어 역차별을 호소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청약 제도를 가능한 한 단순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해 공정하고 효율적인 주택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시대가 변하고, 상황이 바뀌면 제도의 손질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한 해에도 서너 차례씩 바뀌는 제도를 국민이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참에 청약 제도 전반을 손질해 더 이상 누더기라는 오명은 벗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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