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주가 증시 상장 첫날 줄줄이 급락하면서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SGI서울보증은 증권신고서 제출을 내년으로 미뤘고,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 실패한 케이뱅크와 동방메디컬은 상장 계획을 연기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국내 상장 계획을 접는 등 조단위 ‘대어’급 기업이 잇달아 발을 빼는 모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10개 공모주의 상장 첫날 평균 수익률은 -18.93%였다. 더본코리아를 제외하고 9개 공모주가 상장 첫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공모주는 ‘상장만 하면 대박’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몸값이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상반기 신규 상장 기업의 상장일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은 91.43%에 달했다. 대부분 공모주가 ‘따블’을 기록한 것이다. 하지만 하반기(7~11월) 상장 기업의 거래 첫날 공모가 대비 평균 상승률은 12.30%에 그쳤다. 상장 1주일 뒤 상승률이 0.22%로 둔화하고, 한 달 뒤에는 -10.69%로 밀렸다. 하반기 상장한 34개 기업 중 7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
전문가들은 새내기주 거품이 갑작스럽게 꺼진 것은 그동안 기관투자자가 ‘묻지마 투자’ 식으로 공모가를 천정부지로 올려놨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올해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한 IPO 기업 70곳 가운데 62곳(88.6%)이 희망 공모가의 상단 이상 구간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한 공모주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해 부동산 전문 운용사가 공모주 시장에 한꺼번에 몰린 데다 정부가 신규 상장 주식의 상승 제한폭을 공모주 대비 160%에서 400%로 높이면서 투기 양상이 벌어졌다”며 “왜곡된 수요 공급 구조로 형성된 열기가 최근 단기간에 식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하반기 공모주, 한달 수익률 -10% '곤두박질'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는 지난달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패하자 상장을 철회했다. 코스닥시장 입성을 앞둔 동방메디컬은 지난 7일 코스닥시장 상장 절차를 연기했다. 5일까지 진행된 기관투자가 수요예측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를 거뒀기 때문이다.
상장을 취소하거나 미루는 기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의 공모주 활황에 힘입어 청약하려는 기업이 줄을 길게 선 상황이어서다. 지난달 공모주 청약을 받은 기업은 16곳에 달한다. 역대급 유동성 장세가 펼쳐진 2021년 8월(15곳) 후 최다 기록이다. 이달에만 13개 기업(스팩 제외)이 증시 입성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청약을 받는다. 이 밖에 한국거래소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해 증권신고서를 내기 위한 막바지 작업을 하는 기업도 15곳이다. 이 30여 개 기업이 요즘 모두 고심하는 형국이다.
백종원 대표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기업 더본코리아가 상장 첫날 51% 상승하며 공모주 시장 분위기를 바꾸는가 했으나 이후 상장한 토모큐브가 공모가 대비 37% 하락한 채 거래를 마치면서 시장이 기대한 ‘백종원 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본코리아도 상장 사흘 만인 이날 10.6% 내린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도 지지부진하다. 이날 청약받은 위츠와 에스켐, 엠오티 세 개 공모주는 청약증거금 총 460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엠오티는 경쟁률 7 대 1을 기록해 153억원을 모으는 데 머물렀다. 시장 상황이 좋던 상반기에는 공모주마다 조 단위 자금이 몰린 것과 대비되는 성적표다.
한 공모주 운용사 대표는 “그동안 공모가에 과도한 거품이 형성됐다가 한꺼번에 꺼지는 분위기”라며 “투자심리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최석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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