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작가이자 극작가인 욘 포세는 2023년 64세의 나이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2007년 영국 일간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가 선정한 ‘100명의 살아 있는 천재들’ 리스트 83위에 오른 욘 포세는 소설뿐 아니라 시, 아동서, 에세이, 희곡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쓰고 있다. 그의 연극은 전 세계에서 수천 번 이상 공연되었으며, 그의 작품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다.
욘 포세의 대표작 <아침 그리고 저녁>은 130페이지여서 읽기에 부담이 없다. 다만 담긴 이야기는 진중하고 의미 있어 여운이 길게 남는다. 마침표 없는 문장이 이어지다가 군데군데 잠시 휴식하라며 쉼표를 흩뿌린 독특한 소설이다.
소설은 짧은 1부 탄생의 아침과 긴 2부 죽음의 저녁으로 구성된다. 1부는 올라이의 아들이 태어나는 광경을 담았다. 올라이는 자신의 아버지 이름을 따서 아이를 ‘요한네스’라고 부르기로 결정한다.
2부는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나 뻣뻣하고 찌뿌듯한 몸으로 오래 거실 옆방의 커튼으로 가려놓은 침대”에 누워 생각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요한네스는 오늘 무얼 할까 생각하다 그리 나쁠 것 없는 형편인데 불평하지 말자고 자신을 다독이며 침대에서 일어난다. 그때 몸이 몹시 가벼워 완전 풋내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몸을 굽힐 때 통증도 전혀 없어 이상한 생각이 든다. 간단히 요기하고 창고와 다락을 둘러본 후 배를 살펴보기 위해 밖으로 나온다.
요한네스가 잠자다 죽음을 맞은 날, 동네를 떠돌며 먼저 세상을 떠난 페테르와 야코프, 에르나를 만나는 모습이 그려진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데다 장성한 자녀 7명이 각자 가정을 이루어 요한네스는 늘 쓸쓸한 날들을 보냈다. 친구 페테르, 구두장이 야코프와 수다 떨던 일들을 그리워하며. 가끔 바다에 나가보고 인근에 사는 막내딸 가족과 만날 때를 제외하고 늘 혼자이던 요한네스가 마을을 떠돌며 정겨운 이들과 재회하는 광경은 따뜻함과 애틋함을 동시에 안겨준다.
요한네스가 “이렇게 혼자라니 끔찍하군, 너무 끔찍해”, “역시 늙는다는 건 고약한 일이야”라고 읊조릴 때 가슴이 저며올 수도 있다. 어쩌면 사랑하고 어울리며 열심히 일해야겠다는 각오를 할지도 모른다.
사람은 죽은 후의 일을 알 수 없다. 사후세계를 명확하게 제시한 성경도 죽음 직후 어떤 상황이 펼쳐지는지 자세히 기록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후세계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과 영화는 언제나 관심을 끈다. 죽었다가 깨어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깜깜한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이 쏟아지는 곳으로 갔다가 돌아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증명할 길은 없다. 잘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작품 속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이다.
요한네스는 바다 위에 떠 있는 배 위에서 “하늘과 바다는 둘이 아닌 하나이고 바다와 구름과 바람이 하나이면서 모든 것, 빛과 물이 하나”가 된 걸 느낀다.
언젠가 떠난다는 걸 인식하고 산다면 ‘거기는 어떤 곳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한 사람이 태어나, 살고, 사랑하고, 죽어가는 과정’을 시적이고 음악적인 문체로 그린 욘 포세의 <아침 그리고 저녁>을 읽는다며 생각의 폭이 확장되면서 하루를 의미 있게 보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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