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조작과 내부자 거래를 통해 새마을금고에서 약 193억 원 상당의 대출금을 빼돌린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부실 대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새마을금고에서 사기 대출 사건이 확인된 사례로 금고의 대출 감독 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체 대출금 5% 떼주겠다"...대출브로커의 '은밀한 유혹'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제5부(부장 박지훈)와 수사과(수사과장 박종길)는 새마을금고 기업운전자금대출 상품을 악용해 약 193억 원 규모의 부정 대출을 받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로 대출 담당 직원, 대출 브로커와 감정평가사 등 일당 16명을 재판에 넘기고, 이 중 9명을 구속했다고 밝혔다.범행에 이용된 새마을금고의 기업운전자금대출 상품은 기업이 토목 공사 등의 사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일회성 자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대형 금융기관에서는 대출이 어려운 개인 사업자 지원을 위해 마련된 기금으로, 대출금 사용처와 담보 부동산 가치가 승인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15회에 걸쳐 토목 공사 등에 사용할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해 기업운전자금 대출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대출 브로커가 대출금의 5%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명의 대여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대여자를 개인 사업자로 등록시키고 허위 소득 증명서를 마련해 준 뒤, 새마을금고 지점으로 가 직접 대출을 신청하도록 했다.
'반복선정 가능' 시스템 허점 파고들어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새마을금고 직원과의 내부 공모 정황도 포착했다. 일당은 대출 담당 직원을 매수해 담보물을 부풀려 평가하기로 약속한 감정평가법인이 선정될 수 있도록 결과를 조작했다. 기업운전자금대출에서 담보 가치가 중요한 대출 심사 기준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매수된 금고 직원은 담보물인 토지의 주소가 ‘/’ 등의 기호가 포함돼 조금만 수정이 필요하더라도 감정평가법인 선정 과정을 다시 벌여야 한다는 점을 악용해 특정 감정평가법인이 선정될 때까지 배정 과정을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당은 범행이 발각되지 않도록 범죄 수익 중 1년분 이자를 명의대여자 계좌에 남겨두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러나 1년이 지나면서 연체가 발생해 지난해 12월 27일 새마을금고중앙회가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수사가 시작됐다.
검찰은 대출 브로커 A씨와 소속 감정평가사들에게 담보로 심사되는 토지 가치를 시세보다 높게 평가해 대출이 더 많이 나오도록 한 감정평가법인 대표 B씨를 사기 및 중재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 했다. 대출을 내어주고 일당으로부터 1억1000만원을 챙긴 혐의(배임 및 수재)로 새마을금고 대출 심사 직원 C씨도 구속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새마을금고의 서민 지원을 위해 마련된 기업운전자금대출 상품을 악용하려는 사기 대출 세력을 엄벌에 처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새마을금고의 감정평가법인 배정 시스템이 특정 직원의 일탈로 쉽게 조작될 수 있음을 확인하고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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