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1일 11:13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초고다층 인쇄회로기판(PCB) 제조기업 이수페타시스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로 인한 지분 희석 가능성이 커져서다. 앞서 유상증자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던 데다 장 마감 이후에야 유상증자 공시를 올리는 ‘시간차’ 공시까지 이뤄지면서 주주 불만은 더욱 커졌다.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11일 오전 10시 27분 기준 21.42% 하락한 2만4950원에 거래되고 있다.
대규모 유상증자에 대한 매도세에 더해 시간차 공시로 인해 회사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8일 이수페타시스는 오후 5시 4000억원을 투자해 신규 공장을 설립하겠다는 공시를 올렸다. 이후 시간외 단일가 매매가 종료되는 6시를 10분여 앞두고 제이오 지분 인수 내용이 담긴 공시도 올렸다. 강득주 제이오 대표 지분 18.1%와 제이오 전환사채 등 총 3000억원을 들여 제이오 최대주주에 오르겠단 내용이다.
연이은 호재성 공시에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시간외 단일가 거래에서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3만1650원에서 3만3000원까지 상승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인수 공시 이후 약 한 시간 뒤인 오후 6월 44분이 돼서야 5500억원 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관련 투자 안건 및 자금 조달 안건은 8일 오전 9시에 이사회에서 나란히 의결됐다. 호재성 공시에 이수페타시스 주식을 매입한 주주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말 이수페타시스가 일각에서 제기된 유상증자 가능성을 일축했던 점도 투자자 불신을 키웠다. 10월 말 이수페타시스가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설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10월 31일 이수페타시스 주가는 10% 넘게 하락했다.
당시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상증자와 관련한 이수페타시스의 공식 의견은 ‘사실무근’이다”며 “인공지능(AI) 인프라라는 이수페타시스의 투자 포인트는 흔들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과 열흘 만에 대규모 유상증자가 결정된 데다 AI 인프라와는 사업적 관련성이 낮은 탄소나노튜브 제조사 제이오를 인수하는 것이다. 이번 유상증자 주관사가 한국투자증권이란 점도 논란을 부추겼다. 이수페타시스의 한 주주는 "한국투자증권 IB부서와 유상증자를 논의하면서 같은 회사 리서치센터에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는 게 어이없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도 이번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및 제이오 인수에 대한 의문을 표했다. 양승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수페타시스의 주주는 AI 기반 고다층기판(MLB)의 고성장을 공유하기 위한 투자자이지 2차전지 투자자가 아니다”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제이오 인수 의사 결정에 대한 구체적인 배경 및 검토 내용, 중장기 제이오의 성장성에 대한 구체적인 소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페타시스와 제이오의 시너지에 달린 의문부호는 피인수회사인 제이오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날 제이오 주가는 6.21% 하락한 1만9320원에 거래 중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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