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군수, 원전, 에너지 등 한국은 미국이 원하는 투자 협력을 제공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활용한 ‘윈윈 패키지’를 만들 수 있습니다.”(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김종훈 박태호 유명희 여한구 등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한자리에 모여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통상 정책과 한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좌담회가 11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한국경제인협회 주최로 열렸다.
전직 통상교섭본부장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직후 빠르게 강력한 통상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 100일 안에 보편관세 같은 통상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직 본부장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실리주의적 협상가라는 점을 지적하며 한국이 위기 속에서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 전 본부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윤석열 대통령과의 전화 회담에서 ‘조선산업에서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한 데 힌트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 한국 기업 없이 트럼프의 핵심 정책인 미국 제조업, 공급망 재건은 어렵다”며 “통상을 넘어 한국이 주요 7개국(G7) 플러스 가입을 추진하는 데 협조를 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2020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G7에 한국 호주 러시아 인도를 추가해 G11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김 전 본부장은 “에너지를 미국에서 더 수입하는 대신 우주항공 분야 협력을 넓히는 방식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기회에 수출 중심 경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는 추세에서 수출은 계속 어려워질 것”이라며 “기업이 해외 투자와 수출을 적절히 분배하며 균형을 찾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민관 협력의 중요성도 재차 강조됐다. 트럼프 1기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에서 한국 측 수석대표를 맡은 유 전 본부장은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한·미 FTA 폐기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업이 먼저 포착해 정부에 알려줘 빠른 대응이 가능했다”며 “민관이 힘을 합쳐 신속하게 협상에 나선다면 보편관세 면제 등의 요구 사항이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박 전 본부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는 공화당 지역이 많은 만큼 제도에 갑작스러운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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