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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보다 원자력 에너지가 더 낫다"는 내용의 프랑스 그래픽노블이 베스트셀러가 됐다. 출간된 지 3년 만이다. 글로벌 원자력발전 르네상스에 따라 관련 서적도 인기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프랑스 태생의 에너지·기후 컨설턴트 장 마크 장코비치와 만화가 크리스토프 블랭이 협업한 그래픽노블 '끝없는 세상(World Without End)'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프랑스는 전력의 64%를 원자력발전에서 얻는 대표적인 원전 강국이다.
2021년 처음 출판된 끝없는 세상 프랑스어판은 번역가 에드워드 고뱅에 의해 영문판으로 번역돼 영미권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끝없는 세상'은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나 아트 슈피겔만의 '마우스' 등과 같이 중요한 사상을 다룬 베스트셀러들처럼 그래픽노블로 제작됐다. 컬러 삽화를 집어넣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알기 쉽게 녹여냈다. FT는 "에너지 사용과 기후 과학 통계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전했다.
책의 전반부에서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와 그로 인한 영향을 설명한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가정의 수와 규모가 인구 증가세보다 빠르게 증가했고, 이는 가전과 가구 수를 두 배로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어 화석연료의 환경 비용이 크지만, 녹색 에너지는 없다고 지적한다. 장코비치는 "바람과 태양처럼 밀도가 낮은 에너지원에서 나오는 전력의 발전 비용은 사우디 석유에서 만들어지는 전력의 약 100배에 달한다"고 강조한다.
또한 "바람과 태양 에너지는 이미지가 좋아 보이지만, 상당한 공간과 자재가 필요하고 배터리도 많은 금속과 화학 재료가 필요하다"고 비판한다. 그는 "원자력 발전소가 완벽한 답은 아닐 수 있지만, 그 결함이 과장되어 있다"는 주장도 펼친다. 예를 들어 수십 명을 사망케 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6000여명이 갑상선암에 걸렸으나 대부분 치료가 가능했다는 주장이다. 이어 "원자력 폐기물의 대부분이 수명이 짧다"며 "원자력에 대한 과도한 두려움은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장코비치는 "인류의 습관이 지구를 망칠 수 있지만, 우리는 오래된 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현실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에 믿음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어 "모든 에너지원에는 단점이 있다"며 "각자 자신에게 맞는 단점을 선택해야 한다"고 끝을 맺는다. 단점 없는 이상적인 에너지원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각국의 사정에 맞는 에너지원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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