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명 쇼핑몰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이 도쿄에 가면 반드시 들른다던 전통 대형 테마 쇼핑몰인 '비너스포트'와 '메가웹'이 폐업했습니다. 관광객으로 붐비던 대관람차도 흔적도 없이 철거됐습니다.
도쿄 최고의 경치라는 '레인보우브릿지'가 가장 잘 보인다는 아쿠아시티나 DECK 쇼핑몰도 오후 8시가 되면 모든 점포가 문을 닫고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내국인까지 확 줄어든 탓입니다. 새로 건설되어 주목받고 있는 '아자부다이힐스'와 '토라노몬힐스'는 대형 쇼핑몰 대신 식음료(F&B) 위주 매장이 들어섰습니다.
도쿄 일대에서 쇼핑 공간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일본도 경기 불황에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온라인 쇼핑으로 돌아서면서 기존 쇼핑몰들이 몰락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나마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리는 쇼핑몰도 쇼핑이 아닌 볼거리로 관광객을 유인하고 있습니다.
18m 높이의 건담이 전시된 다이버시티가 대표적입니다. 일대 쇼핑몰이 부진에 빠진 상황이지만, 다이버시티는 저녁 7시부터 하는 건담 쇼를 보려는 이들로 북적입니다. 결국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이 온다는 유튜브 시대의 쇼핑 방식이 그대로 통용된 셈입니다.
비슷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신세계 스타필드가 코엑스에 별마당을 설치하니 매일 내외국인이 몰려듭니다. 스타필드 수원점에도 별마당을 만들었더니 그저 물건을 팔고 식사를 하는 데 초점을 맞췄던 수원 역세권 대형 쇼핑몰들이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에 올릴 멋진 랜드마크가 있는 장소만 사람들이 찾아오는 것입니다.
호주 시드니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시드니에 가는 관광객들은 누구나 오페라하우스를 배경으로 사진을 남깁니다. 누가 보더라도 시드니에 갔다는 것을 확실히 알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진을 찍은 사람 중에서 실제로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봤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호주에 갔지만 정작 수도인 캔버라를 여행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확실한 랜드마크가 있는 곳에만 내외국인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스타필드나 타임빌라스 같은 대기업 계열을 제외한다면 국내에서 랜드마크를 갖춘 상업시설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습니다. 분양하지 않으면 자금을 끌어모으기 쉽지 않으니 건폐율과 용적률을 꽉 채워 성냥갑처럼 설계하고 분양하는 대형 상가가 대부분입니다. 분양이 끝나면 장사가 되든 말든 개발회사는 떠나 버립니다.
이미 세상은 온라인 쇼핑이 대세가 되었고, 오프라인 상업시설은 내외국인들이 반드시 찾아와야 할 이유가 있는 곳만 살아남게 됩니다. 단지 경기가 조금 안 좋아서 상업시설들이 힘든 것이 아니라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업이 성장하면서 세상이 변한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최원철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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