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2일 16:0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이수그룹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제이오를 인수하기 위한 이수페타시스의 '폭탄 증자'에 이어 이수화학의 끝모를 이수건설 지원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불거지고 있다.
이수화학은 12일 100% 자회사인 이수건설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700억원을 출자했다. 이수건설은 1976년 출범한 건설사다. 아파트 브랜드 '브라운스톤'을 앞세워 주택시장에 진출했지만, 실적은 갈수록 나빠졌다. 해외 건설사업에서 숨은 부실이 터지면서 무더기 적자를 이어가면서 올 6월 말 부채비율은 2209.3%로 치솟았다.
이수건설은 그룹 지주사이자 모회사인 ㈜이수의 계열사였다. 이수는 김상범 회장이 지분 26.6%, 이수엑사켐이 지분 73.4%를 보유 중이다. 이수엑사켐은 김 회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회사다.
이수는 2009년 이수화학에 부실이 깊어진 이수건설 경영권을 넘긴다. 이수건설을 떠안은 뒤부터 이수화학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번졌다. 이수화학은 2009년부터 이번 유상증자까지 이수건설에 3760억원을 지원했다. 2018년에는 이수건설 출자금 6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반포의 본사 사옥까지 매각했다. 회사 주력사업에 쏟아야 하는 재원이 이수건설에 흘러간다는 주주들 불만이 상당했다.
이수화학과 이수그룹 계열사는 이밖에 다양한 형태로 김상범 회장에 대해 지원을 하고 있다. 김 회장 개인회사인 이수엑사켐은 이수그룹 계열사와 지난해 1874억원어치 내부거래를 했다. 이수엑사켐은 이수그룹 계열사의 화학제품을 매입해 외부 고객에 판매하는 트레이딩 사업을 하면서 사세를 불렸다. 계열사 거래를 바탕으로 연간 200억원대 안정적 영업이익을 올렸다.
이수엑사켐은 여기에 지난 4월에는 인적분할한 회사의 정밀화학부문을 이수그룹 계열사인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넘겼다. 이수엑사켐은 이번 인적분할로 사업 부문을 전량 떼어내고 지주사인 이수 지분만 보유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수엑사켐이 보유 부채 대부분을 이수스페셜티케미컬에 떠넘겼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적분할한 사업부문의 자본은 29억원, 부채는 766억원이었다. 지난해 말 이수엑사켐의 자본과 부채는 각각 810억원, 926억원이었다. 부채의 대부분을 계열사에 떠넘기면서 이수엑사켐의 재무구조는 한층 탄탄해졌다.
최근에는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로 시장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지난 8일 주가에 긍정적 재료인 시설투자 공시를 ‘시간외 단일가매매’가 진행되는 오후 4시 55분에 발표했다. 이어 시간외 거래가 끝난 오후 6시44분에는 주가에 부정적 재료인 5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공시했다. 여기에 유상증자 목적이 회사 주력사업과 동떨어진 2차전지 업체(제이오) 인수자금 조달이라는 점에서 증권가의 혹평을 불렀다.
금융당국도 이 같은 유상증자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를 놓고 시장의 잡음이 커진 만큼 세부 내역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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