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미안 원베일리' 34평(전용면적 84㎡)이 60억원에 팔렸다는 얘기가 나온 후 '매물이 있느냐', '매물 있으면 볼 수 있느냐' 등 문의가 많았죠. 전화로 다 말하긴 어려우니 현장으로 나오라고 안내했습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 인근의 공인중개사)
요즘같이 부동산 시장이 지지부진한데도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선 아파트가 거래되고, 또 신고가로 팔리곤 합니다.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실수요자라면 '대체 강남은 어떤 곳이길래, 시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집이 거래가 될까?'라는 생각을 하죠.
조금 더 적극적인 실수요자들은 현지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직접 전화해 "진짜 물건이 거래된 것이 맞느냐", "비슷한 매물이 또 있느냐" 등 확인을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고 합니다.
래미안 원베일리는 모두 2990가구, 23개 동으로 이뤄진 단지입니다. 이 단지에서 한강을 볼 수 있는 동은 101동, 102동, 122동, 123동 정도밖엔 되지 않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한강뷰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제대로 된 '한강뷰' 가구는 약 70여 가구밖엔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렇게 희소성 있는 매물도 시장에 나올까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선 이런 매물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집주인들이 급한 경우가 적습니다. 당장 '이 집을 팔아서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집주인들이 거의 없습니다. 때문에 집주인 본인이 생각한 가격이 아니라면 굳이 급하게 집을 처분할 이유가 없습니다. 굳이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 광고하면서 팔지 않아도 된단 얘기입니다.
보통 재건축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들은 한 동네에서 오랫동안 살아왔기 때문에 같은 단지에 가족, 친척, 지인들이 같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따라서 매물을 내놨다는 이유로 '집 정리하려고 하느냐', '집 팔아서 무엇을 하려고 하느냐'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아 하는 점도 매물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고 하네요.
반포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이런 희소성 있는 매물을 보유하고 있는 집주인들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알음알음 계약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같은 단지 안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끼리도 매물이 나왔는지, 거래됐는지 등을 알 길이 없을 때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희소성이 있는 매물을 찾기도 어렵지만 찾더라도 매물을 사는 것 역시 쉽지 않습니다. 예컨대 강남권 신축 아파트 전용 84㎡의 경우 약 30억원 내외에 가격이 형성돼 있는데, 이런 매물의 경우 일반적인 부동산 매매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만큼 소득 수준이 되는 실수요자들이 진입하니까요. 하지만 100억원대 펜트하우스나 고가의 아파트의 경우 이 집을 살 능력이 있는지 검증하기도 합니다. 집을 계약하기 전 잔고증명 등 부가적인 서류가 필요한 경우도 있죠.
반포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과거 일부 방문객은 펜트하우스 등을 들어가 보려고 잔고증명까지 위조해 다닐 정도였다"며 "공인중개업소 입장에선 어떤 실수요자가 계약에 나설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은 (손님을) 가려 받지는 않지만, 고가 주택을 중개할 때는 공인중개업소 나름대로 안전 장치를 마련해두기도 한다"고 귀띔했습니다.
한편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여전히 부진한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915건으로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최다를 기록했던 지난 7월 9142건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매매 심리도 위축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매매 수급지수는 100.4를 기록해 지난 8월 104.8보다 소폭 줄었습니다. 이 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하는데 기준선이 100을 웃돌면 집을 팔려는 집주인보다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가 많단 뜻입니다. 특히 강남 3구가 있는 동남권의 경우 101.1로 노원, 도봉, 강북구가 있는 동북권(98.3)보다는 아직 상황이 나은 편입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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