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 진용 '착착착'…반중·플로리다 충성파 중심

입력 2024-11-12 16:49   수정 2024-11-12 16:55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차기 내각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취임까지 10주나 남았지만 이미 많은 준비를 한 만큼 차기정부 구성을 조기에 완료하고 취임 1일차부터 곧바로 공약했던 정책을 실행하겠다는 계획이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대외정책을 총괄할 국무장관 자리에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또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미국 언론들은 차기 미국 정부의 핵심 요직인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크 월츠 미국 하원의원(플로리다)이 내정됐다고 전했다. 국토안보부 장관 자리에는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가 낙점됐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트루스소셜을 통해 리 젤딘 전 하원의원(뉴욕)을 환경보호청(EPA) 청장으로, 엘리즈 스테파닉 하원의원(뉴욕)을 차기 유엔대사로 각각 공표했다. 앞서 지명된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스티븐 밀러 부비서실장 내정자, 톰 호건 국경정책 총괄(국경 차르)까지 포함하면 당선 후 5일만에 8개 자리의 주인을 결정한 것이다.
○플로리다·반(反) 중국 충성파
트럼프 행정부의 이번 인선에서 가장 강하게 드러나는 색깔은 반중 정서다. 루비오 의원은 대중 강경파로 유명하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중국을 제재하는 입법안에 대부분 이름을 올렸다. 2019년 재무부에 중국 소셜미디어 앱 틱톡의 뮤지컬리 인수가 국가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라고 요구했으며,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지역에서 시작된 것에 관한 보고서를 냈다.



월츠 의원도 만만치 않다.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중국 특위를 이끌던 월츠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미국이 보이콧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신장위구르 지역 인권문제 등 중국 내 억압을 이슈화해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모두 플로리다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소지를 두고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 인근에서 정권 인수팀을 운영해 온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외에도 ‘플로리다 파’의 득세 경향은 뚜렷하다. 와일스 비서실장 내정자는 뉴저지 출신이나 플로리다에서 주로 활동했고,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아예 플로리다로 거주지를 옮겨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이 소통했다. 법무장관 자리에 거론되는 에일리 캐넌 플로리다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도 플로리다 마이애미 출신이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등이 차기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로 밀고 있는 릭 스콧 상원의원도 플로리다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다만 스콧 의원은 현재 원내대표 자리를 두고 경합하고 있는 존 튠 의원(사우스다코타)과 존 코닌 의원(텍사스) 등에 비해 지지기반이 약해 선출 여부는 불확실하다.
○“자기 색깔 없애고 트럼프 따라야”


그러나 이 모든 인사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키워드는 충성심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승리 후 공화당 주류와의 화해를 모색하며 라인스 프리버스 당시 공화당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으나 갈등 끝에 프리버스를 내쫓았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등 대부분의 공화당 인사들과 갈등했다. 존 켈리 전 비서실장은 아예 트럼프의 ‘폭주’를 막고자 그 자리에 갔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에는 아예 자기 소신을 내세우지 않고, 배신하지 않을 충성파로만 내각을 채우겠다는 계획이다.

눈에 띄는 것은 1기 트럼프 정부에서 충성파의 역할을 맡아 트럼프의 핵심 의제를 실천했던 중량급 인사들도 함께 배제된 점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과 스티븐 므누신 전 재무장관 등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직접 “폼페이오는 차기 내각에 없을 것”이라고 트루스소셜에 밝혔고, 므누신 전 장관은 본인이 “내각에 들어가지 않고 재무장관에 조언하는 역할로 남겠다”고 언론에 말했다.

이와 관련해 WSJ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밀고 있는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을 트럼프의 후계자로 만들기 위해 “걸림돌이 되는 폼페이오 등을 배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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