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보도설명 자료 제목이다. ‘반도체 연구개발(R&D)용 시설·장비 투자의 국내 세액공제율이 미국의 25분의 1에 불과하다’는 이날 한경 보도(A1, 5면)를 반박하는 내용이었다.
기재부는 자료 첫머리에 “미국이 R&D용 설비 투자에 2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그 근거로 미국 반도체지원법 D48 조문을 댔다. “적격 목적의 첨단 반도체 설비 투자에 대해서만 25%의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조문이다. 이 규정에 따라 미국은 R&D용 설비 투자에 대해선 세액공제가 없다고 했다.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틀렸다. 미국 반도체지원법 시행령에는 D48조의 ‘적격 목적의 투자’에 대해 “첨단 반도체 제조와 관련 있는 R&D와 관련 건물, 설비 등에 대한 투자”라고 명시돼 있다. R&D 설비 투자에도 25% 세액공제를 해준다는 뜻이다. 미국 반도체지원법을 들여다본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은 다 아는 내용이다.
이들은 기재부의 “한국의 반도체 세제 지원이 주요국에 비해 높다”는 해명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미국은 R&D용을 포함해 일반 첨단 반도체 설비 투자에도 25% 세액공제를 해주지만, 한국은 R&D용 설비 투자는 1%, 일반 설비 투자는 15%뿐이다. 추가 공제(R&D 3%, 일반 투자 10%)는 ‘전년 대비 늘어난 투자액’에 한해 적용할 뿐이다.
산업계 일각에선 기재부의 어이없는 해명이 단순 실수인지, 의도된 왜곡인지 헷갈린다고 말한다. 한국 최고 엘리트 집단인 기재부가 보도 해명자료를 내면서 관련 법 규정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라 곳간은 비어가는데 세제 지원을 늘려주기 힘드니 거짓 해명자료를 만든 뒤 다른 언론의 후속 보도를 막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이래서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래 반도체 시장 패권을 둘러싼 전쟁터에서 대만 TSMC, 미국 마이크론, 중국 CXMT 등 상당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받는 기업과 맞붙고 있다. 정부와 기업이 똘똘 뭉쳐 출전한 ‘팀 USA’ ‘팀 대만’을 우리 기업들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볼 뿐이다. ‘국가 대항전’이 된 반도체 전쟁에서 우리 기업이 무너지면 세수는 지금보다 훨씬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우리 기업들이 승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돕는 게 결국 세수를 늘리는 길이란 얘기다. 아직 늦지 않았다. 여당이 11일 발의한 반도체특별법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서 경쟁국에 밀리지 않는 수준의 획기적인 지원책을 담으면 된다. 기재부의 전향적인 대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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