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퇴직 후 경비원으로…韓 중장년층, 경력단절 내몰려

입력 2024-11-12 17:37   수정 2024-11-20 16:40


“우리 아파트 경비원 아저씨가 대학 교수하다가 정년퇴직한 분이래요.” “쿠팡 물류창고에서 일하며 통성명한 분이 대기업에서 임원을 하다가 은퇴한 분이라 놀랐습니다.”

중장년 취업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 내용이다. 한국 사회가 급속도로 고령화하면서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여도 양적으로 빠르게 확대 중이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8~2023년) 25~54세 인구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9.3%에서 80%로 0.7%포인트 상승했다. 같은 기간 55세 이상 인구는 50.9%에서 53.8%로 2.9%포인트 급등했다. 하지만 일하던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일본과 달리 정년퇴직 이후 기존 업무와 관련 없는 일에 취업하는 ‘경력 단절’이 심각해져 고령 근로자의 근로조건이 나빠지고 고용 불안을 겪는 실정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25~75세 남성 취업자를 대상으로 직무 성향을 분석한 ‘중장년 노동시장의 현황과 개선 방안’ 연구에 따르면 취업자 연령이 높아질수록 대체로 분석·사회·서비스 직무 성향은 낮아진 반면 반복·신체 직무 성향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사회 직무 성향 일자리는 주로 고숙련·고임금 일자리로 분류된다.

연령별로 보면 분석 직무 성향은 30대 취업자 비중이 가장 높았고, 50대 이후 하락폭이 컸다. 반대로 신체 직무 성향은 30대에 가장 낮다가 이후 상승하기 시작했다. 취업자 연령이 어릴수록 분석·사회 직무를 주로 수행하는 일자리에 고용되고 나이가 많아지면서 반복·신체 직무 성향 일자리로 옮겨간다는 뜻이다. 고령층이 경력단절과 함께 저숙련·저임금 일자리로 쫓겨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고령층 경력단절 현상은 정부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고용노동부 고령자 고용현황(300인 이상 사업장 기준)에 따르면 55세 이상 근로자는 2014년 30만9197명에서 2023년 80만8906명으로 급증했다. 이 중 경비원, 청소부 등이 포함된 ‘사업·시설관리 분야’ 근로자가 14만8023명에서 27만8085명으로 13만 명 넘게 늘어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공공·행정 등 단순 일자리 취업자도 1만265명에서 10만2302명으로 10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비해 주로 대기업이며 임금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은 정보통신업은 같은 기간 6237명에서 1만9829명으로, 금융 및 보험업은 7732명에서 2만3366명으로, 전문과학기술업은 1만1745명에서 4만2831명으로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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