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큰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인터넷은행업계에서 석 달 넘게 나타나고 있다.
보통 주담대는 담보물의 가치가 안정적인 만큼 언제 부실이 날지 모르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하지만 금융 상식을 뒤엎는 ‘금리 역전’ 현상이 제1금융권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체 신용대출의 최소 30%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로 채워야 하는 규제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동시에 인터넷은행을 옥죈 결과다.
12일 인터넷은행업계 1위(총자산 기준)인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 은행은 금리를 5년간 고정하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이날 연 4.103~6.372%로 책정했다. 같은 날 신용점수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 판매하는 신용대출 상품 ‘중신용대출’ 금리는 연 3.139~10.874%로 정했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가장 안전한 담보대출과 가장 위험한 신용대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8월 발생해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중신용대출보다 줄곧 0.5%포인트 정도 낮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하반기 들어 주담대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낮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5일부터 중신용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하는 특판에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은 정부 규제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을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쌍방향’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성장성과 건전성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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