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담대 조이고, 서민대출은 강제…성장판 닫힌 '인뱅 3사'

입력 2024-11-12 17:59   수정 2024-11-13 07:59

담보가 확실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대출금을 떼일 염려가 큰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금리보다 높은 ‘기현상’이 인터넷은행업계에서 석 달 넘게 나타나고 있다.

보통 주담대는 담보물의 가치가 안정적인 만큼 언제 부실이 날지 모르는 신용대출보다 금리가 낮게 책정된다. 하지만 금융 상식을 뒤엎는 ‘금리 역전’ 현상이 제1금융권에서 발생한 것이다. 전체 신용대출의 최소 30%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로 채워야 하는 규제와 가계대출 억제 정책이 동시에 인터넷은행을 옥죈 결과다.

12일 인터넷은행업계 1위(총자산 기준)인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이 은행은 금리를 5년간 고정하는 주기형 주담대 금리를 이날 연 4.103~6.372%로 책정했다. 같은 날 신용점수가 하위 50%인 중·저신용자에게 판매하는 신용대출 상품 ‘중신용대출’ 금리는 연 3.139~10.874%로 정했다. 주담대 최저금리가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의 최저금리보다 1%포인트가량 높다.

가장 안전한 담보대출과 가장 위험한 신용대출 사이의 금리 역전 현상은 올해 8월 발생해 3개월 넘게 지속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금리는 중신용대출보다 줄곧 0.5%포인트 정도 낮았지만,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하반기 들어 주담대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는 낮아졌다. 카카오뱅크는 이달 5일부터 중신용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하하는 특판에 나서기도 했다. 인터넷은행은 정부 규제에 따라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을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가계대출을 억제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을 확대해야 하는 ‘쌍방향’ 규제가 인터넷은행의 성장성과 건전성을 모두 훼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銀 주담대 금리…신용대출보다 높아졌다
은행권에서 국내 주택담보대출은 ‘가장 안전한 대출’로 불린다. 은행이 담보인정비율(LTV) 70% 범위에서 대출해준 만큼 차주가 빚을 갚지 못해 부실이 발생해도 은행이 원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작은 편이다. 이에 비해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어 부실로 인한 원금 손실을 은행이 그대로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험한 대출로 꼽힌다. 특히 신용점수가 하위 50%에 속하는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은 부실률이 높아 금리가 낮으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어렵다. 대부분 은행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를 주담대보다 높게 책정하는 이유다.
성장성·건전성 악화한 인뱅
기본적인 금융 원리와는 달리 유독 인터넷은행의 주담대 금리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보다 1%포인트 가까이 높은 이유로는 정부의 대출 규제가 꼽힌다. 정부는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잔액이 전체 신용대출의 30% 이상으로 채워지도록 강제하는 비중 규제를 부과하고 있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 인터넷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금리는 낮추고, 가계대출 억제 정책에 따라 주담대 금리는 높인 것이다.


주담대는 억제하고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은 확대하라는 정부 ‘쌍방향’ 규제의 문제는 인터넷은행의 성장을 제한하고 건전성 악화만 불러왔다는 점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 0.78%에서 올해 8월 말 1.03%로 올랐다. 1호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같은 기간 1.48%에서 1.92%로 치솟았다. 토스뱅크는 지난 8월 말 1.12%로 작년 말(1.15%)보다 소폭 낮아졌지만 2022년 말(0.79%)과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침체한 가운데 부실률 높은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중을 30%로 맞추기 어렵다 보니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일부러 줄여 비중 규제를 맞추고 있다”며 “고신용자는 은행 선택권이 제약되고, 은행은 수익성 높은 고신용자 대출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30% 비중 규제, 집계 기준 바꿔야”
정부의 쌍방향 규제로 인해 수익성과 건전성 모두 타격을 받은 인터넷은행들은 주담대 중에서 가계대출에 속하지 않는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를 늘리는 식으로 우회로를 찾고 있다. 케이뱅크는 8월 인터넷은행 최초로 100% 비대면 방식의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를 출시해 돌풍을 일으켰다. 출시 이후 매일 1000건 이상의 신청이 몰리고 있고, 내년엔 중소기업 대상 담보대출을 합쳐 최대 5조원까지 사업자 대상 담보대출 잔액을 늘리겠다는 게 케이뱅크의 구상이다. 카카오뱅크도 비대면 방식의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 판매를 준비 중이다.

문제는 개인사업자 대상 주담대도 아파트만을 담보로 판매되고 있어 사실상 가계대출과 성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자칫 가계대출 억제 정책의 구멍으로 작용해 풍선효과만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영세한 개인사업자의 아파트담보대출은 사실상 가계대출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건전성 훼손, 풍선효과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인터넷은행에 부과된 중·저신용자 대출 30% 비중 규제의 적용 기준을 잔액이 아니라 신규 취급액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비대면 대환대출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잔액 기준 비중 규제는 인터넷은행의 신용평가모형(CSS) 고도화를 유도하기보다는 기존 고객을 은행끼리 뺏고 빼앗기는 소모적 경쟁만 유발했다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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