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3일 15:2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올해 들어 국내 3대 신용평가사들이 10년 만에 신용평가 수수료 체계 개편에 나섰다. 회사채 기본 수수료 체계를 조정하고 기업별 연간 한도를 세밀하게 나눠 수수료 인상 효과를 꾀하겠다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구상이다. 금융당국 규제로 발행량이 급증한 자본성증권(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을 별도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특징이다.
13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1월 1일부터 개편된 회사채 신용평가 수수료 체계를 적용할 방침이다. 한국신용평가가 회사채 기본 수수료 체계를 수정한 건 2015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자산 구간을 더 세밀하게 나누고 고정 수수료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수수료 체계를 고쳤다. 기존에는 복잡한 산식으로 수수료를 책정했지만, 앞으로는 △1000억원 이하 △5000억원 이하 △1조원 이후 △2조원 이하 △2조원 초과 등 자산 구간 별로 고정 수수료를 매긴다.
연간 한도 수수료 범위도 확대한다. 일반 기업 부문에서는 연간 회사채 발행액 1조5000억원 초과 구간이 신설되면서 연간 한도가 2억원으로 책정됐다. 금융 부문에서는 발행액 기준 3조원에서 4조원 사이는 3억원, 4조원에서 5조원 사이는 4억원, 5조원 초과는 5억원으로 연간 한도를 설정했다.
한국신용평가에 앞서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10년 만에 수수료 체계를 뜯어고쳤다. 한신평과 유사하게 신용평가 수수료를 일부 인상하고 연간 한도 구간을 세분화하는 게 주요 골자다.
자본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신용평가 품질 제고를 위해 수수료 인상이 필요한 시기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입장이다. 그동안은 채권 발행 물량 증가 등으로 버텼지만, 관련 인프라 투자와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불가피하게 수수료 체계를 개편했다는 뜻이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회사채 발행량, 종류, 발행기관의 수 모두 증가하는 추세”라며 “국제정세, 금리, 산업환경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모니터링 및 리서치 난이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인적자원과 전산 인프라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이뤄졌다”며 “이에 따른 비용 상승과 물가 상황을 반영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들이 느끼는 수수료 부담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애초에 채권 발행에 따른 신용평가 수수료 부담이 크지 않은 데다 인상 수준도 10% 미만이라는 게 신용평가사들의 설명이다.
채권시장에 존재감을 키우고 있는 금융기관 자본성증권을 일반 회사채와 분리해 별도 관리하기 시작한 것도 공통된 특징이다. 자본성증권은 재무지표 산정 시 부채가 아닌 일부 자본으로 인정된다. 금융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은행, 보험사 등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본성증권 발행량이 급증하는 추세다.
한 신용평가사는 “자본성증권은 통상 만기가 긴 데다 발행액 가운데 자본으로 인정하는 비율이 매년 달라진다”며 “일반 회사채보다 신용평가 과정이 훨씬 까다로운 만큼 별도로 관리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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