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했는데 정말 반토막 날지도 모르겠네요." 8만원대에 삼성전자 주식을 매수했다는 투자자 박모씨는 "코스피 대장주가 이렇게 떨어질 줄을 몰랐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전자가 주가 5만원선과 시가총액 300조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 주가가 맥을 못 추면서 코스피지수도 2% 넘게 밀렸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과 함께 투자자 사이 코스피 2400선은 지킬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이날 삼성전자는 지난 11~12일에 이어 3거래일 연속으로 52주 최저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400원(4.53%) 내린 5만6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52주 최저가다. 한때 5만500원까지 밀려 장중 기준 52주 신저가를 기록하며 5만원선을 아슬아슬하게 지켰다.
삼성전자가 마지막으로 5만원 아래에서 거래된 건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인 2020년 6월15일이다. 이날 종가는 4만9900원이었고, 이튿날(2020년 6월16일)부터는 장중 기준으로도 5만원 아래를 기록한 적이 없다.
시가총액 300조원선을 지킬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주가가 5만300원 아래로 내려가면 시가총액 300조원이 무너진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02조710억원이다.
여전히 외국인 매도세가 거세다.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 주식을 7348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지난달 30일부터 11거래일째다. 외국인이 던진 삼성전자 주식 대부분을 개인이 받았다. 개인은 6459억원어치를 샀다. 기관의 순매수 규모는 720억원으로 상대적으로 미미했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 투매를 촉발한 트리거(방아쇠)는 우선 간밤 뉴욕증시에서 메모리반도체 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4.19% 급락이 꼽힌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반도체를 제외한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황이 내년 악화될 것이란 우려를 담은 보고서가 나오면서 마이크론테크놀로지의 주가를 짓눌렀다. 삼성전자의 경우 HBM 분야의 기술 경쟁력이 뒤쳐진 상태이기에 범용 메모리반도체 시황 악화의 악영향을 경쟁사인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보다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11일과 12일에도 각각 3.51%와 3.64%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이후 불확실성이 확대된 탓이다.
우선 글로벌 무역 분쟁이 격화되면 반도체 수출의 매출 비중이 큰 삼성전자에 이로울 게 없다. 당장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의 TSMC에 대해 “우리 사업의 95%를 훔쳤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런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미국 행정부는 지난 11일(현지시간) TSMC에 고성능 반도체의 중국 공급을 중단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TSMC에 보냈다. 이 소식이 전해지며 당일 뉴욕증시에서 TSMC 주가는 3.55% 빠졌고, 이튿날인 12일에도 1.18% 더 하락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노선의 수혜가 기대되는 산업·종목들로 매수세가 집중되는 ‘트럼프 트레이드’ 역시 삼성전자 주가에 악영향을 줬다. 전통산업과 비트코인, 테슬라 관련 종목에 주식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이전까지 주식시장을 주도한 AI 테마가 상대적으로 소외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AI 랠리에서 오히려 소외됐지만, 반도체 섹터의 약세 속에 주가가 함께 무너졌다.
근본적인 이유로는 경쟁력 약화가 지목된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이 경쟁사와 비교해 6개월가량 뒤처진 것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단기간에 따라잡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일각에서 전날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삼성전자의 임원 인사 및 조직 개편 소식도 아직 전해지지 않고 있다. 회사 안팎에서 제기되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에 대한 인사 요구가 수용될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4% 넘게 급락하자 코스피도 속절없이 하락 시가총액 2000조원선이 무너졌다. 코스피지수는 65.49포인트(2.64%) 내린 2417.08로 장을 마쳤다. 전일 2500선이 깨진지 하루만에 2400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코스피 편입 종목들의 합산 시가총액도 1970조6632억원으로, 2000조원 아래로 내려갔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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