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스아이 "2차전지 믹싱 기술로 美 공략"

입력 2024-11-13 17:24   수정 2024-11-14 01:01


믹싱공정은 2차전지를 이루는 양극과 음극을 제조하는 전극 공정의 첫 단계다. 분체공급장치를 활용해 활물질 소재를 적확히 계량한 뒤 믹싱 장비로 입자를 갈아 활물질을 액체 상태(슬러리)로 만드는 과정이다. 조금이라도 분체가 흩날리거나 공기가 들어가면 수율에 타격을 받아 고난도 기술로 평가받는다.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티에스아이는 각기 다른 현장에 맞춰 2차전지 믹싱 라인을 설계한 뒤 장비를 공급하는 믹싱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외 80여 개 회사가 주 고객사다. 표인식 티에스아이 대표는 “분체 공급부터 슬러리 생산 전체를 아우르는 믹싱 시스템을 국내에 도입한 건 우리가 처음”이라며 “경쟁사보다 안정적인 수주 잔액을 기반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1위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별화된 기술력은 2020년부터 갖춰 온 엔지니어링 설계에서 나온다. 이 설계는 고객사 니즈에 따라 현장을 분석한 뒤 3차원(3D) 모델링을 거쳐 생산 라인의 설계 도면을 제작하는 과정이다. 표 대표는 “엔지니어링 설계 방식을 구축해 한국에서 완성도가 95%에 이르는 도면을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 신공장은 내년 6월 완공을 앞두고 있다. 표 대표는 “내년 신공장을 가동하면 연간 2500억원 규모의 믹싱 장비 생산 능력이 5500억원 규모로 뛸 것”이라며 “신사업 진출을 위한 탄소나노튜브(CNT) 공장과 연구소도 함께 들어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믹싱 장비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기술 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 안전성이 높아 주목받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겨냥한 순환식 믹서가 대표적이다. 기존 믹서에 부착해 사용하는 이 믹서는 작업 시간을 줄여 생산량을 약 두 배 늘릴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디지털전환(DX)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엔지니어링 설계에 접목해 활용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 중이다. 글로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서 믹싱 시스템을 납품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1996년 태성기공으로 시작한 티에스아이는 표 대표가 2000년대 중반 2차전지 사업을 캐시카우로 점찍고 사업 기틀을 다졌다. 지난 9월 기준 수주 잔액 규모는 5070억원에 달한다. 표 대표는 “미반영한 수주 잔액이 매출로 이어지면 지난해 실적을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화성=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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