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성장세가 주춤하던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 규모가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치솟는 외식 물가와 엔데믹 속에도 거래액(1~3분기 기준)은 ‘배달앱 전성기’이던 2022년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 간 무료 배달 경쟁이 신규 수요를 자극해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온라인 음식 배달 거래액은 21조41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9조6308억원)은 물론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3분기 누적액(20조758억원)을 앞질렀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간 거래액은 사상 최대치(2022년 26조5854억원)를 넘어 27조~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엔데믹 여파로 역성장한 음식 배달 시장은 올해도 정체되거나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배달앱 거래액은 2020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증해 2022년 정점을 찍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외식 대신 음식 배달·포장을 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이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서 거래액(26조4012억원)은 전년 대비 0.6% 감소했다. 여기에 외식 물가까지 치솟자 업계에선 ‘배달앱 성장이 한계에 부닥쳤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쿠팡이츠가 촉발한 무료 배달 경쟁은 성장 정체와 역성장이 아니라 ‘제2의 전성기’를 부른 기폭제가 됐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와우 멤버십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다. 어떤 메뉴를 시키든, 얼마나 많이 주문하든 가게가 설정한 최소 주문금액만 넘기면 배달비를 전액 면제해 줬다. 무료 배달을 시작한 직후 쿠팡이츠가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자 배민과 요기요도 배달비 면제, 멤버십 가격 인하 등으로 맞불을 놨다.
‘심리적 저항선’이던 배달비가 없어지면서 음식 배달 시장 전체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강상균 중앙대 국제물류학과 교수가 최근 20~50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2%가 음식 배달 이용 시 ‘배달비’를 가장 고려한다고 답했다. 음식 가격(49%), 할인 쿠폰 등 부가 혜택(34%)보다 높았다. 업계 관계자는 “소액이라도 배달비가 있으면 주문을 꺼리는데, 이 비용이 아예 없어지자 배달앱 이용이 더 활성화된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무료배달 경쟁 이후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소상공인 매출이 함께 늘어났다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출혈경쟁이 영세 소상공인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 무료 배달은 점주가 건당 2900원의 배달비를 내야 한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 음식점주 등이 참여한 상생협의체는 최근 배달앱에 ‘무료 배달’ 표현을 쓰지 않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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