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이어 대전·대구까지 국책은행 유치전 뛰어들어

입력 2024-11-13 17:36   수정 2024-11-14 00:50

서울에 있는 국책은행 본점을 지방으로 이전하기 위해 부산에 이어 대구, 대전까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각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법안 개정을 추진하며 여론몰이를 위해 총대를 멘 모양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2일 중소기업은행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제4조 1항 ‘중소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조항에서 ‘서울특별시’를 ‘대구광역시’로 수정한 게 핵심이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주호영, 추경호 의원 등 의원 11명이 법안에 참여했다.

같은 당 부산 지역 의원 17명도 지난 6월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다. 4조 1항을 대구가 아니라 부산으로 바꾸자는 것이다. 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이전과 함께 기업은행 본점이 부산으로 이동하면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본점 이전을 위한 법안 발의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선 같은 법을 두고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전 이전 추진 법안을,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은 서울로 못 박은 본점 위치를 ‘대한민국’으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다가 무산됐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본점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손잡고 태스크포스(TF)까지 꾸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옮기기 위한 법안도 쏟아지고 있다. 박수영,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한국산업은행법과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규 은행을 설립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이정문 민주당 의원은 충청권 신규 은행 설립을 위해 은행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은행 설립 문턱을 낮추기 위해 인터넷은행 수준으로 동일인 및 비금융 주력자의 의결권 있는 주식 보유 제한 규제를 완화하자고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산은, 수은에 이어 기업은행까지 본점 이전을 추진하면서 소모적인 논쟁만 반복되고 있다”며 “노사 모두 이전을 반대하는 상황에서 국회와 지자체, 금융업계 간 불필요한 갈등이 확산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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