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효율부 수장 된 머스크…美정부에 기업가정신 심는다

입력 2024-11-13 18:17   수정 2024-11-14 01:45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에서 신설되는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DOGE) 수장으로 지명됐다. 머스크 CEO는 취임 후 미국 관료주의 개혁과 대규모 재정 지출 삭감에 나설 전망이다. 미국 정부 공무원과 재정 낭비를 줄여 예산 2조달러를 절감한다는 게 목표다.
○“방대한 낭비와 사기 제거”

트럼프 당선인은 12일(현지시간) 성명서를 통해 “위대한 머스크가 애국자 비벡 라마스와미와 협력해 정부효율부를 이끌게 됐음을 발표해 기쁘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은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를 줄이고, 낭비성 지출을 삭감하며, 연방 기관을 재구조화하도록 길을 닦아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마스와미는 기업인 출신으로 올해 공화당 대통령 경선에 출마해 주목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정부효율부 신설이 “미국 구하기(Save America) 운동에 필수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것은 잠재적으로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프로젝트는 제2차 세계대전 중에 미국이 핵무기를 개발하기 위해 추진한 비밀 군사 프로젝트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는 매년 6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정부 지출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방대한 낭비와 사기를 제거할 것”이라며 “이들의 작업은 2026년 7월 4일을 넘기지 않고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총지출은 6조7500억달러, 총수입은 4조9200억달러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재정적자는 1조8300억달러로 이전 회계연도보다 1380억달러 증가했다. 이에 따른 총국가부채는 35조4600억달러다.

머스크 CEO는 이날 자신을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낙점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발표 직후 X(옛 트위터)에 “연방 기관이 428개나 필요한지 모르겠다”며 “들어보지도 못한 기관이 많고 영역이 겹치는 기관도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방 기관은) 99개면 충분하다”고 했다. 미 연방정부의 뿌리 깊은 관료주의를 혁파하기 위해 연방기관 규모를 4분의 1토막 내는 대수술도 불사하겠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잇달아 올린 게시물에서 “정부를 효율화하지 않으면 미국이 파산한다”고도 했다. 이어 “투명성을 최대화하기 위해 정부효율부의 모든 조치를 온라인에 게시하겠다”며 “우리가 중요한 것을 잘라내고 낭비성인 것을 안 잘라낸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알려만 달라”고 당부했다.
○머스크가 먼저 제안
정부효율부는 머스크가 지난 8월 트럼프 당선인에게 먼저 제안했고 트럼프 당선인이 9월 공식적으로 이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정부 규제와 효율성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나타냈다. 캘리포니아에 전기차 공장을 지으려다가 인허가 절차가 지연되자 텍사스로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생태계 보호를 이유로 스페이스X 우주선 발사를 지연시키는 당국을 고소하기도 했다. 불필요한 규제에 쓰이는 정부 예산을 줄이고 공무원에게 더욱 철저한 성과평가를 도입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트럼프 측 한 인사는 워싱턴포스트(WP)에 “기업가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라마스와미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이어왔다. 경선 당시 그는 미국 국방력 증강 필요성과 중국 견제 강화 등을 주장했다. 지난해에는 연방수사국(FBI), 교육부, 원자력규제위원회 등 연방정부 기관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이후 경선에서 중도 하차한 뒤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하며 그의 최측근 대열에 합류했다.
○2조달러 지출 줄인다는데…
머스크는 지난달 트럼프 당선인의 정권인수팀 공동위원장인 하워드 러트닉이 “국가 예산 6조5000억달러 중 얼마를 절감할 수 있겠냐”고 묻자 “최소한 2조달러는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뉴욕시 매디슨스퀘어가든 집회에서 “당신들의 돈이 낭비되고 있으며, 정부효율부는 그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정부가 당신의 생활과 지갑에서 손을 떼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머스크의 공언대로 2조달러를 절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이날 뉴욕 경제클럽 연설에서 “연방 예산 삭감 대상으로 2000억달러를 찾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학자인 글렌 허버드 전 컬럼비아 비즈니스스쿨 학장은 “국방비, 연금 프로그램, 이자 지출과 같은 항목이 지출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다른 항목들만으로는 2조달러에 달하는 절감액을 달성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부처를 신설하려면 하원 및 상원에서 부처 설립을 위한 근거법이 통과돼야 한다. 이 때문에 트럼프 당선인이 제안한 2026년 7월 4일까지 부처를 신설하긴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2001년 9·11 테러로 필요성이 제기된 미국 국토안보부(DHS)는 2002년 관련 법안이 통과돼 2003년 정식 부서로 출범했다.

WP는 정부효율부가 정식 부처가 아니라 위원회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정부효율부는 정부 외부에서 조언할 것”이라며 위원회가 될 가능성을 시사했다.

뉴욕=박신영/워싱턴=이상은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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