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경영환경 빨간불…대기업 연말 인사 빨라진다

입력 2024-11-13 18:14   수정 2024-11-14 01:12


주요 대기업의 연말 임원인사가 빨라지고 있다. 트럼프2.0 시대와 국내외 경기 둔화 등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인사를 앞두고 붕 떠 있는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등은 인사 시기를 예년보다 한 달 넘게 앞당겼다. 실적이 악화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고, 좋은 성적을 낸 CEO는 승진시키거나 더 큰 계열사로 발령하는 등 ‘신상필벌’ 분위기도 감지된다.
○인사 앞당긴 현대차그룹

13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은 15일 주요 계열사 CEO 및 임원인사를 한다. 일부 CEO는 교체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계열사 관계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재가를 받은 만큼 예정대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임원인사를 12월 20일 한 만큼 한 달 이상 앞당긴 셈이다.

재계에선 현대차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간 만큼 인사 교체 대상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에 피해를 입혔거나 수익성이 악화한 건설 계열사 CEO들이 교체된다. 최근 노조 파업으로 모기업인 현대차와 기아의 생산 차질을 부른 현대트랜시스는 여수동 사장이 물러나고 후임으로 백철승 사업추진단장(부사장)이 내정됐다. 윤영준 현대건설 사장 후임으로는 이한우 주택사업본부장이,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 자리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이 이어받는다. 그룹 관계자는 “부실 수주와 실적 악화의 경우 신상필벌 원칙에 따라 CEO가 교체된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이 인사를 앞당긴 건 내년 경영상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가 점점 짙어지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모든 수입제품에 10~2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트럼프 변수’마저 더해졌기 때문이다. 갈수록 세지고 있는 중국 전기차의 공습에 맞설 대응책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한다는 것도 이런 분위기에 한몫했다.

산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영 변수를 감안할 때 하루라도 빨리 새 진용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그룹 등도 인사 서둘러
‘인사 앞당기기’에 나선 건 현대차그룹뿐만이 아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역시 작년(12월 8일)보다 한 달 빠른 지난 4일 정기 인사를 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관계자는 “CEO와 임원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자기 손으로 짜고 실행하라는 의미에서 인사를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계열사 간 합병 이슈가 있던 SK이노베이션과 SK에코플랜트 등 SK 일부 계열사는 예년보다 두 달 이른 10월에 인사를 마쳤다. 인사를 통해 실적 악화 등에 시달린 상당수 계열사 CEO가 교체됐다. DL그룹(10월 2일)과 현대백화점그룹(10월 31일), OCI그룹(11월 1일) 등도 내수 부진과 글로벌 경영환경 악화란 이중고를 타개하기 위한 방책으로 빠른 인사를 선택했다. 롯데그룹 또한 예년보다 이른 이달 하순께 인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은 작년과 비슷한 이달 말 또는 12월 초에 인사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수 수뇌부가 바뀔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LG그룹은 이르면 다음주에 인사를 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재계 인사의 가장 큰 트렌드는 빠른 인사와 신상필벌”이라며 “이 같은 대기업의 올해 인사 트렌드가 중견기업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재후/신정은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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