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용인 반도체 송전망 협상 타결, 산업부·한전 용단 빛났다

입력 2024-11-14 17:25   수정 2024-11-15 09:20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송전망 건설비용을 놓고 지지부진하던 협의가 타결 가닥을 잡았다는 한경의 단독보도(11월 14일자)가 나왔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2047년까지 총 622조원을 쏟아부어 처인구 일대에 초대형 반도체 생산 및 연구 기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메모리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파운드리 및 인공지능(AI) 반도체 분야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민관이 협력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가 2047년까지 360조원, SK하이닉스가 2027년까지 122조원을 투자하고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한국전력 등도 대규모 자금과 역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전,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는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력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선순위라고 판단해 지난 5월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관건은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10GW(원전 10기 생산량)를 끌어오는 데 필요한 송전망 건설비용을 어디가 얼마나 낼지였다. 송전망은 한전이 돈을 내는 공용망과 반도체 기업이 대는 전용망으로 나뉘는데, 공용망과 전용망의 비중을 어떻게 하느냐를 두고 6개월가량 진통이 빚어졌다.

이 같은 갈등은 한전이 최근 공용망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하면서 해소됐다. 인공지능(AI) 시대 전력망 확충 부진으로 애를 태워 온 반도체업계로서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먼저 자사의 이익만을 고집하지 않고 신속한 사업을 위해 통 크게 양보한 한전의 용단을 높게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또 글로벌 반도체산업 지형이 급변하고 있는 만큼 신속한 사업 진행을 위한 공공부문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설득한 산업부의 노력도 평가할 만하다. 변전소 위치를 조정하고 전용망 길이 조정을 통해 송전망 건설비용 자체를 줄이고자 머리를 맞댄 두 반도체 회사 실무진의 노력도 결코 작지 않다.

반도체 분야 민관 협력이 여기서 그쳐선 안 된다. 반도체 단지에서 전력 못지않게 중요한 게 용수다. 환경부는 화천댐 용수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공급하고, 강원 양구에 수입천댐을 건설해 물을 끌어오는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 심지어 강원 지자체장들까지 반대하고 나선 실정이다. 특히 수입천댐은 사실상 무산 위기에 처했다. 범정부 차원의 갈등 조정과 중재,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반도체 육성을 위한 정부 역할은 입법으로도 이어져야 한다. 특히 반도체특별법에서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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