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침 정부도 새 지도부 출범에 맞춰 ‘의제·전제조건 없는 논의’를 강조하고 나섰다. 하지만 비대위 출범을 전후해 강경파 목소리가 더 커지는 분위기가 감지돼 걱정스럽다. 의료계 내 최강경 그룹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탄핵과 비대위원장 선거 등 의협 지도부 교체 과정을 주도한 게 대표적이다. 박 비대위원장이 압도적 지지로 당선된 것도 의사협회의 경고를 받으면서까지 대전협이 노골적으로 지지해준 덕분이다. 고비 때마다 의정 대화에 찬물을 끼얹은 것으로 평가받는 대전협의 박모 비대위원장이 막후 실세 지위를 강화한 만큼 타협 여지가 더 줄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새 비대위원장 당선 일성도 실망스럽다. “소외돼 왔던 전공의와 의대생 견해를 충분히 반영하겠다”며 강경 행보를 예고했다. “정부가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며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도 그대로다. 장기 의료 공백으로 고통을 겪는 국민과 환자에 대한 미안함과 위로는 보이지 않는다. 비대위 출범을 전후해 돌아가는 기류 역시 심상찮다. 강경파가 이끄는 미래의료포럼이라는 단체는 “중요한 건 저항의 불씨를 다시 피어오르게 하는 일”이라며 투쟁을 독려했다. “전장의 의대생과 전공의들을 지원해야 한다”고도 했다. 청년 의료인들의 비타협적 언행을 타일러도 모자랄 판에 부추기기까지 하는 무책임한 모습이다.
비대위는 다음주까지 대화할지, 투쟁할지 노선을 정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통합된 의견을 내지도 못하는 그간의 지리멸렬한 모습에서 벗어나는 게 급선무다. 새 지도부가 ‘2025년 의대 증원 철회’ 같은 비상식적 주장을 철회하고 부디 대화의 장으로 복귀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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