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순찰차로 수험생을 급히 태워주거나 수험표를 가져다주는 모습은 매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마다 등장하는 장면이다. 1년에 한 번 치르는 시험인 만큼 충분히 제공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으나 직무집행 범위를 벗어났다는 반론도 경찰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수능 당일 전국의 경찰은 지각 위기에 처한 수험생을 154차례 실어 날랐다. 집에 놓고 온 수험표는 9번이나 찾아줘 총 187건의 수능 관련 편의를 제공했다.
이를 두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인증 절차를 거친 후 글 작성 시 직장이 표기됨)'에서는 "수험생 호송이 이제 경찰 전통 업무냐", "긴급신고가 생기면 어떻게 대응할 거냐"는 등 현직 경찰관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우리가 콜택시냐", "돈도 자존심도 없다" 등 날 선 반응도 적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일선 경찰관도 연합뉴스를 통해 "경찰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자는 내부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반론도 없지 않다. 또 다른 경찰관은 "오래 고생하는 일도 아니고 아침 잠깐인데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 본다"며 "수험생 수송한다고 도둑을 안 잡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규정된 경찰의 업무는 국민의 생명·신체·재산 보호나 범죄 예방 및 수사, 교통 단속 등이다. 경찰은 수능 당일 시험장 주변 교통 관리를 위해 교통경찰, 기동대, 지역경찰, 모범운전자 등 1만1343명을 투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매체에 "국민의 생명을 담보할 만한 일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경찰관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유형의 일은 아니다"라며 "경찰이 충분히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민 편의라는 서비스 측면에서는 일부 타당성도 있기는 하다"며 경찰과 시민이 함께 공감할 업무 범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