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금과 같은 높은 금리 수준이 시장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경기 지표가 꺾이지 않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제시한 관세 부과 및 감세 정책이 인플레이션을 불붙일 수도 있어서다.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14일(현지시간) 텍사스 댈러스에서 열린 댈러스 연은 주최 행사에 참석해 Fed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경제는 우리가 금리를 서둘러 낮출 필요가 있다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강한 미국 경제 성장 덕분에 정책 입안자들이 금리 인하 속도를 조절할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 성장이 전 세계 주요 경제국 중에서 단연 최고”라며 근거를 설명했다. 미국의 10월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1만 2000개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이는 미국 동남부 지역이 허리케인 헐린으로 피해를 본 데다 보잉 노조가 파업하는 등 일시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10월 실업률은 4.1%에 불과했다.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둔화 추세가 멈췄다는 우려가 나온다. 앞서 발표된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9월 상승률 대비 0.2%포인트 올랐다.
파월 의장의 이같은 발언은 Fed가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를 시장 예상보다 늦출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Fed는 지난 9월 0.50%포인트 '빅컷'으로 금리 인하 사이클을 시작한 데 이어 11월 FOMC에서도 0.25%포인트를 내렸다.
지난 9월 Fed가 발표한 경제전망(SEP)에 따르면 12월에 추가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예상됐다. SEP에 따르면 2025년엔 연간 네 차례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여전히 강한 데다 물가상승률도 둔화 추세를 멈추게 되면 금리 인하 속도는 SEP 전망보다 느려질 수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 선물시장은 이날 파월 의장 발언 후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41%로 반영했다.
이는 전날의 17%에서 급상승한 수치다.
파월 의장은 다만 “인플레이션이 전반적으로 진전을 이뤘다”며 “Fed가 목표로 삼는 2% 수준으로 서서히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연준이 물가 판단의 준거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10월 들어 전년 동기 대비 2.3%, 근원 PCE 가격지수 상승률은 2.8%로 추정된다고 파월 의장은 이날 행사에서 소개했다.
10월 들어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오른 것처럼 PCE 가격지수 역시 대표지수와 근원 지수 상승률 모두 9월 상승률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의장은 "결국, 통화정책 경로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경제 전망 변화가 어떻게 나올지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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