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이후 시장에선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자산 투자) 현상이 며칠째 이어지고 있다. 뉴욕증시가 상승하고 미국 국채 금리가 올랐으며,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미국 우선주의 △감세 △보편적 관세 △조 바이든 정부 정책의 후퇴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보편적 관세는 미국의 수입품목에 대해 일률적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데, 이는 수입물가를 상승시켜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금리를 상승시키고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를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금리 상승은 미국과 나머지 국가 간 금리 차를 확대시켜 달러 강세를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과거 미국에서 동일한 정당이 대선과 의회 선거에서 모두 승리할 경우 경제성장률은 개선되고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대선 이후 연일 트럼프 트레이드와 관련된 뉴스가 쏟아지면서 시장에서는 달러 선호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급과 심리적 요인까지 동반되며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00원을 웃돌았다. 지난 9월 말 환율이 1300원대 초반이었음을 감안하면 불과 2개월여 만에 달러당 100원이나 급등한 것이다.
필자는 현재 원·달러 환율이 이미 트럼프 트레이드를 상당 부분 반영한 것으로 판단한다. 과거 2017년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후 원·달러 환율이 오히려 하락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스캔들 문제와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 등이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해서다.
이번엔 과거와 같은 스캔들 문제는 불거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트럼프 당선인의 과격한 정책 행보는 여론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실제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 실행 속도가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경우 금리와 환율은 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내년 원·달러 환율은 당초 예상치보다는 높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내년 원·달러 환율이 평균 1305원 수준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보다 30원 높은 1335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문정희 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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