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 일본에서 화제인 책 <완벽한 의사결정>은 이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한다. 식학(識學) 이론의 창시자이자 <리더의 가면> <수치화의 귀신> <어쨌든 구조화> 등 ‘식학 3부작 시리즈’로 150만 부 판매를 기록한 안도 고다이는 의사결정의 과정을 ‘물’과 ‘얼음’의 변화에 비유한다. 물은 때에 따라 단단한 얼음이 될 수도 있고, 다시 부드러운 물로 돌아갈 수도 있다. 의사결정도 마찬가지다. 복잡하고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견고한 신념을 가지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한다.
책을 시작하면서 저자는 “‘검토해 보겠습니다’라는 말로 의사결정으로부터 도망치려고 한 적은 없었던가?”라고 묻는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결정하기 힘들 때 실제로 자주 하는 핑계나 변명이 ‘검토해 보겠습니다’다. 우리는 어렵다는 이유로 또는 지금 당장 할 일에 치여서 번번이 의사결정을 미루고 있다. 하지만 의사결정을 미루면 계속해서 그 일이 머릿속을 맴돌고 다른 일도 손에 잡히지 않는다. 결국, 개인의 성장이나 발전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저자는 완벽한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첫 번째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책임지고 결정한다’이고, 두 번째는 ‘당당하게 결정한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결정한 것을 100% 실행한다’이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에 책임이 있다는 의미다. 책임지는 자세는 의사결정에 자신감을 더하며 추진력을 만들어낸다. 의사결정을 망설이거나 주저한다면, 그것을 따르거나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 역시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책은 실수하거나 실패할 수 있는 환경일수록 더욱 당당하게 결정하고 선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의사결정은 결단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반드시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실행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행하다가 실패하더라도 유연하고 관대하게 대처하는 자세 역시 중요하다.
어떤 선택도 반드시 찬반양론이 있기 마련이다. 선택된 결정에는 장단점이 있고, 선택되지 않은 결정 역시 장단점이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찬반은 불가피하다. 책은 의사결정의 이런 속성을 깨닫고 인정할 때 두려움과 주저함이 사라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어쨌든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은 자신이 성장했다는 의미고, 그럴 때는 용기를 가지고 당당하게 결정하는 것이 완벽한 의사결정이다.
아울러 결정한 사람을 존중하는 태도 역시 중요한 자세다. ‘내가 결정한 인생을 살 것인가, 남들이 결정해준 인생을 살 것인가?’ 이 질문 앞에 서면 우리가 왜 의사결정을 주저하면 안 되는지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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