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을 마주할 '트럼프 2기'

입력 2024-11-15 17:59   수정 2024-11-16 00:19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함에 따라 2기 행정부에선 어떤 외교 정책을 펼칠지 다양한 추측이 쏟아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의 핵심 이익에 미미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하지만 글로벌 이슈에 결정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강력한 인물이 되는 것을 좋아한다. 그는 ‘신보수주의적’ 개입주의자는 아니지만 스스로 자제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독트린보다 각종 이벤트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주도할 것이다. 앞서 조지 W 부시는 외교 정책이 차지하는 비중을 줄이려고 했지만 9·11 테러가 일어났다. 버락 오바마는 취임 때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을 전복하고, 시리아와 이라크에 군대를 파병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조 바이든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다른 이슈를 덮어버릴 줄은 몰랐을 것이다. 중국의 대만 봉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을 향한 러시아의 공격, 이란의 핵무기는 앞으로 미국 정책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1기와 다른 외교 환경
2017년 이후 세계 정치는 광범위하게 변했다. 유럽에선 트럼프 1기 때 경험이 풍부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당시 인기 있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강력한 연합을 이끌었다.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독일의 약한 연립정부는 무너졌고,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초반보다 경험은 많지만 덜 위압적인 존재가 됐다. 이민과 관련해 유럽인의 태도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유럽연합(EU)은 트럼프 1기보다 자신감이 떨어졌으며 안보와 중국에 대한 우려가 크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수용할 수 있는 조건으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미국의 이란 정책에는 공백이 생겼다. 2017년 이란 핵 합의는 미국 주요 동맹국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다. 지속적인 노력에도 바이든 정부는 기존 핵 합의를 되살리거나 이란과의 관계에서 다른 길을 찾는 데 실패했다. 이란의 트럼프 암살 음모 혐의에 대한 형사 기소로 트럼프 당선인은 2017년보다 훨씬 강력한 대이란 정책을 위한 법적, 정치적 입지를 확보했다.
더 강해진 정적들
멕시코도 2017년 이후 변화했다. 멕시코는 사법 개혁과 좌파 성향의 권위주의적 민족주의 회귀로 외국인 투자자를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건설업계와 지방정부를 구제하고 주택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받은 중국 소비자의 소비를 촉진하려고 노력 중이다.

시 주석은 미국의 무역 압력에 취약해졌고, 아마도 트럼프 당선인과의 협상을 간절히 바라고 있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트럼프 재선을 축하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에게 우크라이나에서의 값싼 평화를 제안할 것 같지 않다. 중국은 대규모 군사력 증강에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중동 동맹국은 러시아를 유혹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은 미국이 위대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미국의 실패를 바란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보다 똑똑하고 더 많은 자원을 가진 무자비한 외국 적을 능가하고 제압해야만 할 것이다.

원제 ‘Trump Faces a Different World in Term Tw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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