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고용 정년 퇴직자 노조 가입에 선 그은 현대차 직원

입력 2024-11-15 17:55   수정 2024-11-16 00:17

“퇴직 후 재고용된 선배를 ‘베테랑’이 아니라 ‘부메랑’이라고 비꼬는 직원들도 있습니다.”

15일 현대자동차그룹 소속의 한 40대 생산직원은 전날 대의원 투표 결과에 대해 “이번엔 노조가 선을 넘은 것 같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지난 14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조 규정 개정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결 결과 안건은 부결됐다. 안건 통과를 자신하던 노조 집행부는 투표 결과에 나타난 바닥 민심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체 대의원 466명 중 269명이 표결에 참여했는데, 찬성표를 던진 이는 32명에 그쳤다. 노조가 ‘정년연장추진위원회’까지 세워 강력하게 추진한 사안이지만 투표 인원의 11.9%, 전체 대의원의 7%만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숙련 재고용은 현대차의 기술·정비직 정년 퇴직자 중 희망자에 한해 최장 2년까지 계약직(촉탁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고용을 연장해주는 제도다. 임금은 신입 수준 연봉(8000만원)으로 삭감된다. 회사는 합리적 비용으로 숙련 근로자를 활용하고, 직원은 정년을 넘겨 일할 수 있어 노사가 ‘윈윈’하는 제도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올해 현대차 노조가 이들 ‘시니어 선배’를 노조에 가입시키려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노동계는 “퇴직 후 재고용된 직원도 노조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제계는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재고용된 시니어 직원 비율이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임금과 복지 수준을 올려달라는 요구를 노조가 하게 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숙련 재고용 직원의 노조 가입이 결과적으로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차 조합원이 안건을 부결한 이유는 다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중에선 퇴직 후 다시 입사한 시니어 선배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는 전언이다. 한 30대 현대차 직원은 “재고용된 선배들이 기존 공정에서 계속 일하며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정년이 많이 남지 않은 장년층 대의원이 대거 반대표를 던진 점도 의미가 크다.

현대차 노조의 이번 결정으로 당분간 노동계가 정년 퇴직 후 재고용된 직원의 노조 가입을 재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결과는 앞으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정년 연장’ 이슈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두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찬성 의견이 많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어서다. 양보 없는 정년 연장을 고집하고 있는 노동계가 곱씹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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