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전 전북 김제 부량면 약 2000㎡ 규모의 한 노지(맨땅)로 들어서자 142마력의 중대형 트랙터가 분주하게 땅을 갈고 있었다. 농기계업체 대동이 이날 선보인 '무인 농작업 트랙터'에는 업계 최초로 자율작업 기술 4.5단계를 탑재했다.
특정 환경에서 사람이 필요한 기존의 3단계 기술과 달리 스스로 돌발 상황에 대처해 작동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동 관계자는 "6개의 비전(카메라) 센서를 탑재한 트랙터가 농지를 인식한 뒤 경로를 생성해 이동한다"며 "약 45분에 걸쳐 3600㎡의 땅을 고르는 작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트랙터는 농업환경 이미지 300만 장을 학습한 인공지능(AI)을 적용해 비전 센서의 정밀도를 높였다. 추가로 센서를 부착해 농작물의 생육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박화범 대동 AI기술개발팀장은 "자율작업을 위해 업계에서 통상 쓰이는 라이다(LiDAR) 센서는 레이저로 주변을 탐지하다 보니 이미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대동은 비전 센서를 연동한 이미지를 데이터베이스(DB)화해 스마트팜, 정밀농업(최적 생육 및 환경 관리)등의 농업 솔루션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무인 농작업 트랙터는 2026년에 본격 출시할 계획이다. 2021년 출시한 어플리케이션(앱) 커넥트와 연동해 트랙터에 부착하는 10여 개의 작업기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기능도 들어갈 예정이다. 이 같은 기능을 지닌 트랙터를 활용하면 농작업 시간을 20% 단축하면서도 생산량은 5~10% 늘릴 수 있다는 게 대동 측의 설명이다.
대동은 같은 날 김제 10헥타르(㏊)의 쌀 농경지를 대상으로 진행한 정밀농업 솔루션 결과도 공개했다. 지난 1월 사단법인 한국들녘경영체중앙연합회와 업무협약(MOU)를 맺은 데 따른 것이다.
솔루션을 도입하지 않은 동일한 면적의 인근 농경지보다 비료를 4650㎏(7%) 적게 쓰면서도 쌀 수확량은 6100㎏(6.9%) 많은 성과를 냈다. 대동 관계자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758만원의 소득을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외에 내년 1분기에 출시 예정인 자율작업 운반로봇의 시연 행사도 이어졌다. 최대 300㎏까지 물건을 싣을 수 있는 이 로봇은 과수원 등에서 농민을 따라다니며 과일을 스스로 운반한다. 운반로봇을 체험하고 있는 과일농부 이은주(48)씨는 "디젤 연료를 사용하는 기존의 장비보다 소음도 없고 조작이 간편해 작업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제=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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