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2021~2027년 마련한 공동 예산의 3분의 1가량인 3920억유로(약 586조원) 규모의 결속기금을 국방 지원에 쓸 수 있도록 했다. 회원국 간 경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한 이 기금은 그동안 군사·방위 목적으론 지출이 불가능했으나 이번에 족쇄를 푼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유럽 병력·무기 배치를 줄이고, 유럽이 러시아 등으로부터 위협받아도 군사적 지원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EU도 자체적 방위 능력을 키우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러시아 위협으로 한국산 무기를 사간 폴란드처럼 동유럽 국가의 무기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
미국도 국방비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당선인이 핵심 국방 정책으로 ‘무력해진 미국 군대 재건’을 내세워서다. 산업연구원은 미 대선 이전에 발간한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산 영향 및 대응 과제’ 보고서에서 “트럼프 재집권 시 대대적인 국방비 지출 확대가 예상되며 이는 국내 방산 기업에 미국 시장 진입 기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시장에선 잠수함 등 비대칭 무기의 신규 발주가 속속 이뤄지고 있다. 폴란드는 8조원 규모의 잠수함을 도입하는 오르카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을 비롯해 독일 프랑스 스웨덴 스페인 등 세계 11개 조선사가 참여 의향서를 제출했다. 캐나다 정부는 60조원 규모의 잠수함 발주를 예고했다. 캐나다 해군총장이 최근 한국에 입국해 HD현대와 한화오션 현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방산 기업이 국제 정세 변화에 올라타 ‘K방산 르네상스’를 이끌기 위해선 과거 내수 위주의 국내 규제를 대대적으로 정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연승 명지대 방산안보학과 교수는 “방산 수출은 정상외교에서 담판 등 외교적 협상이 유리할 때가 많다”며 “우리 정부도 톱다운 방식으로 업체 간 갈등을 해소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뒷받침해야 방산 수출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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