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11월 18일 15:26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공모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증권사들이 기업공개(IPO) 공모 물량을 줄이고 최소 청약 단위를 늘리고 있다. 일반 투자자들의 공모주 청약 열기가 식으면서 발생할 수 있는 대규모 실권주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KB증권은 오는 19일까지 일반 투자자 대상 공모주 청약을 받는 ‘발해인프라펀드’의 공모물량을 기존 대비 20% 줄였다. 이어 청약 물량 전부를 비례방식으로 배정하기로 했다. 비례배정은 청약 증거금에 비례해 주식을 나눠주는 방식이다.
발해인프라펀드는 증권 인수업무 등에 적용받지 않아 일반 공모주와 달리 공모물량 100%를 비례방식으로 배정할 수 있다. 증권사는 통상 공모주 청약물량의 50%를 균등방식으로 배정하고, 나머지 50%를 비례방식으로 배정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균등 방식으로 배정할 경우 미달 물량이 나올 수 있는 만큼 비례배정 방식으로만 청약을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하락하자 대량 실권을 막기 위한 증권사의 대처가 빨라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공모주 최소 청약 단위를 10~20주에서 50주로 높여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지난 6월부터 청약을 진행한 씨어스테크놀로지, 에스오에스랩을 비롯해 엠오티, 파인메딕스 등 11개 종목에 대해 50주 기준으로 청약을 받았다.
금융당국은 지난 2021년 고액자산가들이 수억원의 증거금을 납입해 공모주를 싹쓸이해가는 것을 막기 위해 균등배정 방식을 도입했다. 이후 증권사는 10주씩 균등배정했다.
그러나 균등 배정 방식은 공모주 청약 경쟁률이 하락할 때 문제가 생긴다. 청약 경쟁률이 낮으면 투자자들은 나머지 5주에 대한 청약증거금을 추가 납입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는 투자자들이 많아 미달 물량이 발생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증권사는 최소 청약 단위를 50주로 높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자금이 충분한 투자자들의 청약 참여를 유도해 낮은 청약 경쟁률에서도 추가 증거금 납입을 독려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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