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금광 기업 뉴몬트 주가가 20일 넘게 폭락해 올해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승리 후 상승장에서 나 홀로 고전하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되는 데도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시작된 주가 하락은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금값이 트로이온스당 2700달러를 돌파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미국 대선 후 약세로 돌아선 것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뉴몬트의 최근 주가 흐름이 '떨어지는 칼날'인지 매수 기회인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리고 있다.
금광 기업 잇달아 주가 급락
지난 11월 13일 뉴욕 증시에서 뉴몬트 주가는 41.58달러로 지난 10월 22일 기록한 연중 최고가인 57.72달러에서 28%가량 급락했다. 뉴몬트 주가는 금 값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덕에 지난 10월까지 연초 대비 43.4%나 급등했었다. 주가 하락은 뉴몬트가 예상치를 밑도는 3분기 실적을 발표한 10월 23일부터였다. 다음 날 하루 만에 주가가 약 15% 폭락했다. 배릭골드와 애그니코이글마인스 등 다른 금 채굴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하락 중이다.
증권가에선 채굴 비용 증가와 수익성 하락을 주가 하락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뉴몬트는 3분기 46억1000만 달러(약 6조4000억 원)의 매출과 0.81달러의 주당순이익(EPS)을 기록했다. 팩트셋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매출 46억7000만 달러·EPS 0.86달러)에 소폭 미달했다. 톰 팔머 뉴몬트 최고경영자(CEO)는 "호주와 아르헨티나의 광산 확장 프로젝트에 비용이 많이 들었고, 지난해 인수한 뉴크레스트마이닝의 광산에서 자금 출혈이 계속됐다"고 설명했다.
조쉬 울프슨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에 "예상보다 더 오래 지속되는 인건비 등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어려움은 업계 공통의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분석가는 인수·합병(M&A)으로 뉴몬트의 빚이 262억7900만 달러로 불어, 부채 비율이 88%에 이른 점을 우려한다. 크레스트마이닝을 너무 비싸게 샀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몬트는 2019년에도 동종업계 기업 골드코프를 인수했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생산이 부진해 인수한 광산을 대거 매각했다.
올해 사상 최대 실적 예상
뉴몬트의 주가 하락 폭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있다. 뉴몬트에 대한 투자의견을 낸 월가 주요 투자은행의 55%가 매수의견을 냈고, 보유의견이 45%이며, 매도의견을 낸 곳은 없다. 12개월 목표주가는 지금보다 41.7% 높은 58.93달러다. 뉴몬트는 지난해 11월 호주 금광 기업 뉴크레스트를 175억 달러에 성공적으로 인수해, 2위 배릭골드를 큰 차이로 제치고 글로벌 1위 금광 기업이 됐다. 이 회사의 금 광물 매장량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억3590만 온스에 달하며, 그중 상당수가 미국과 캐나다 등 저위험 지역에 있다.
금 채굴 기업의 수익을 좌우하는 금 시세는 현재 트로이온스당 2600달러를 유지하고 있다. 연초 금값은 트로이온스당 2000달러에 불과했다. 업계에선 금 가격이 20% 상승하면 일반적으로 채굴 마진이 50% 급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몬트가 내놓은 3분기 실적도 뜯어보면 나쁘지 않다. 총 9억2200만 달러의 분기 순이익은 5년 만에 최대다.
생산량도 늘어났다. 미국 네바다 광산의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 전년 대비 30% 많은 167만 트로이온스의 금을 생산했다. 뉴몬트는 4분기에 분기별 최고 생산량인 180만 온스의 금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올해 실적 전망도 양호하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182억3000만 달러의 매출과 50억30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며, 내년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 구조 개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뉴몬트는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20억 달러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MIT 엔지니어와 월가 애널리스트들이 만든 시장 분석 플랫폼 트레피스 팀은 포브스에 "뉴몬트의 주가는 현재 매우 저렴한 상태"라고 분석했다.
"금값 하락은 일시적 조정" 분석도 나와
금광 기업 주가가 돌연 하락한 것은 금값 고공 행진이 오래 지속되진 못할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값은 최근 미국 대선 등의 영향으로 11월 들어 6%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금값이 강세를 계속 유지할 것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영국 귀금속거래 기업 솔로몬글로벌의 매튜 존스 애널리스트는 광업 전문 매체 마이닝닷컴에 "달러화와 채권 가격 급락과 달러화 강세가 금값에 하방 압력을 가했고 단기적으로 금 수요가 감소했다"면서도 "장기적·거시적으로 볼 때 금값 전망은 밝다"고 말했다.
내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인상하고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본격화하면서 금값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콜린 해밀턴 BMO캐피털마켓 상품연구책임자는 "향후 몇 년 동안 무역의 탈달러화 기조가 가속화될 것이 예상된다"며 "신흥에서 금 시장에 자금이 꾸준히 유입돼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중국 정부의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금 수요 증가도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현일 한국경제 기자
관련뉴스